칼럼-어깨에 진 짐이 가벼우면 인간이 안 된다
칼럼-어깨에 진 짐이 가벼우면 인간이 안 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8 14:5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어깨에 진 짐이 가벼우면 인간이 안 된다

위 말은 일본 전국시대 최고 권력자 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9]가 한 말이다. 인생의 길에는 순풍과 역풍이 불어온다. 매사에 순풍을 원하지만 만사가 뜻대로 호락호락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길에는 때로는 순풍이 화가 되기도 하고, 역풍이 오히려 큰 복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서는 누구나 한 번 쯤은 역풍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역풍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요트를 보라 요트는 역풍이 불어야 전진할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실패를 겪어야 삶은 안으로 여물 수 있다. 인생에서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맹자의 가르침이 마을을 일깨워 준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면,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빈곤에 빠트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맹자 고자장 구하편 15장에 나오는 말이다. 미군들에게 전해 오는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걷기 좋은 길에는 항상 지뢰가 묻혀 있다.’ 잘 닦인 길이 더 위험 하니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교훈이다. 즉 평탄한 인생길에 함정이 있고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한 노인이 잠을 자다가 깰 때마다 기침을 했다. 이 노인은 기침 때문에 성가셔서 잠을 자지 못하겠다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친구가 “이보게 그럼 죽으면 기침을 안 할 걸세”라고 했다. 기침을 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살아 있으니까 자질구레한 일도 생기고 때로는 귀찮은 일도 생긴다. 즉 이런 것들은 평범한 일상이라고 받아 들여야 한다. 어느 스님은 이런 것이 싫으면 ‘망자(亡者)의 땅으로 가면된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은 지루함이나 고통이 아니라 생의 질서이며 조화이다.

식물의 세포압력은 5∼10기압이라고 한다. 봄에 새싹들이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힘은 바로 이 기압이라고 하는 용솟음치는 힘이 원천이다. 그래서 봄을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라고 한다. 순자(荀子)의 격언 중에 ‘노마십가(駑馬十駕)’라는 말이 있다. 느리고 둔한 말도 준마의 하룻길을 열흘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재능이 모자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남이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열흘을 노력하면 된다. 조선 중기의 시인 김득신(金得臣:1604∼1684)은 ‘독서광’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우둔하다 하여 책을 읽을 때는 최소 만 번 이상 읽고 또 읽었는데, 『백이전(伯夷傳)』은 11만 3천 번을 읽었다는 기록이 문집(文集)에 남아 있다. 그는 나이 59세에 과거급제를 했다고 하니 꾸준한 노력의 본보기였다. 달빛도 밝으면 구름이 방해하는데 하물며 인간사에 어찌 마음에 드는 일만 생기겠는가? 순탄한 삶도 없을뿐더러 변수 없는 삶도 없다. 남송 때의 문인 방악(方岳: 1199∼1262)은 ‘세상일의 십중팔구는 여의치 않고 마음에 드는 일은 한두 가지밖에 없다’라고 했으며 티베트의 경전 ‘입보리행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이 해결하면 된다. 만약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도 걱정할 필요 없다. 해결할 수 없으므로!’…

세상사는 자기 뜻대로 바뀌지 않고 또 바꿀 수도 없다.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이 있다. ‘근심없는 귀공자’라는 뜻인데 조선 후기 한학자였던 윤희구(尹喜求: 1867∼1926)가 ‘게’를 일러 표현한 말이다. 바닷가를 기어 다니는 게는 몸에 창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애간장이 녹는 시름도 없을 것이므로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인생사 모든 일이 오죽이나 여의치 않았으면 게를 부러워했겠나 싶다. 그러나 인생사는 시름과 한숨을 피해 살 수는 없다. 모순과 갈등 속에 사는 것이 인생사다.

새 학기가 되었다. 학생들이 새 학기에 새로운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형설의 탑을 쌓아가는 노력으로 전진하고 또 전진하기 바란다. 세상은 포기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