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나르시즘과 출세
아침을 열며-나르시즘과 출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8 14: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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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나르시즘과 출세

하동 금오산(진교 소오산) 산자락 숙소에서 일박을 하면서 아주 유명한 사진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가: “형님 가장 좋은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알아요?”. 나: “보기 좋고 아름답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진 아닌가?” 전문가: “그래 그런 사진이 어떤 사진이냐고요?” 나: “일단 빛 처리 잘되고 구도 및 배경 좋은, 그리고 경치 좋은 사진, 구도도 좋고, 주제도 좋고, 색상배색도 쌈박하고…” 나는 사진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염없이 넋 놓아 주절 거렸다. 전문가: “아이구 참 형님. 그런 사진을 구하려면 금방 한 트럭도 구할 수 있어요.” 나: “그럼 좋은 사진이란 뭔데?” 전문가: “이 세상에서 어떤 좋은 사진인들, 아무리 좋은 사진인들 자꾸 보면 지겹습니다.
어떤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좋아하는 감정은 대개 3일을 넘지 못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강도와 기간이 다르기는 합니다. 그래서 사진 전시는 참 어렵습니다.

전시기간이 일주일 이라면 사진을 3배 정도 준비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오전 사진 다르고, 오후 사진 다를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관람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사진에 대해서는 금방 쏙 빠져들다가도 금방 또 싫증을 냅니다.

하지만 자기 사진일 경우는 다릅니다. 자기 얼굴이 들어 있는 사진은 아무리 잘 못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평생을 간직합니다. 그 어설픈 사진을 보고 꼬 보고 합니다. 자기 얼굴이 찍힌 사진을 들고 요리보고 조리 보며 감상하면서 아 이런 표정을 지을 걸, 아 폼을 이렇게 잡을 걸 하면서 보고 또 보고, 자꾸 보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진은 자기 얼굴이 들어 있는 사진입니다. 그리고 자기 가족 얼굴이 들어 있는 사진입니다.”

나르시즘이다. 자기애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보고 또 본다. 어떤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는 글일지라도 자기 글은 읽고 또 읽는다. 이것 역시 자기애다. 애기애타(愛己愛他). ‘자기 지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사랑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즐겨 쓰셨던 글귀다.
이 나르시즘의 외연확대가 자식사랑이다. 특히 엄마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아들의 흉기에 살해당하며 죽어가는 순간에도 어머니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긴다.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 (2017년 12월 29일 17시 존속살해 사건 우모씨-대법원 2부 주심 조재연 대법관 징역 20년 선고. 2018.12.17.) 이것이야 말로 나르시즘의 극치다. 지극한 모성애다.

나르시즘이 왜곡되어 극치에 이르면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상처 난 자아를 보상받으려는 데만 혈안이 된다. 상처 난 자아를 보상 받기 위하여 출세하고, 권력을 거머쥐어 이름을 휘날리고, 거부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막대한 재력을 구축하여 마음껏 휘두르려고 한다.
이런 민낯들을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고위권력층의 성접대, 재벌들의 볼썽사나운 갑질, 이름난 연예인들의 어이없는 일탈 행위 등에서 여과 없이 지겹도록 보고 있다.

대개 이런 행태들은 다른 이들에 대하여 배타적이며 공격적이고, 포용과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성공하고 출세하여 이름 날리며 다른 사람들을 발끝으로 뭉개며 떵떵거리고 살아야 사람 사는 한 세상이고 출세하는 맛이라고 확신한다. 외형적이고 출세지향적인 우리나라 허위의식과 천민자본의 속성이 만들어낸 민낯들이다.

문제는 이런 ‘상처 난 자아’들이 힘과 세력을 행세하며 공적문제에 연결될 때다. 이 경우 참으로 어이없이 ‘선량한 백성’들만 죽어난다는 점이다.

이들은 목줄을 세우고 늘 절박하게 외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대의를 위하여, 나라의 앞날을 위하여…’ 또 한 편에서는 붉은 머리띠를 불끈 동여 메고 구구절절 옳은 소리로 간절하게 호소한다. ‘생존권 투쟁을 위하여,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하지만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진짜 정말 돈 없고 힘없고 떼거리 조직 없는 양심적이고 착한 소시민들만 옆구리 터진다. ‘상처 난 자아’들이 어떤 형태로든 힘과 세력을 구축하여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기고만장 할 때 사회는 괴물로 변한다.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여 포용하며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태평연월이 어즈버 꿈이런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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