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마음으로 얻은 사랑이라야 오래간다
칼럼-마음으로 얻은 사랑이라야 오래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9 15:4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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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마음으로 얻은 사랑이라야 오래간다

남녀가 상대를 고를 때는 선배나 부모형제의 경험과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겉은 보여도 속은 보이지 않는다. ‘연성지벽(連城之壁)’이라, 귀한옥이 돌로 쌓여 있다는 뜻이다. 겉은 돌로 쌓여 있어서 이를 눈으로 볼 때는 아무 쓸모가 없는 돌 같지만, 겉 돌을 벗겨내고 나면 속에서 귀한 옥이 드러난다는 것인데, 이 옥돌은 우리자신을 말한 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서보면 내 맘에 딱 맞는 상대는 있을 수가 없다.

인물이 좋으면 집안이 시원찮고, 집안이 좋으면 상대의 지능이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인물, 집안, 마음씨, 지능까지 잘 갖춘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을 외관만 보고, 눈으로만 평가하지마라. 사람은 ‘오래 볼수록’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 것이다.

외모나 배경, 부귀명예나 권세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만약 겉만 보고 시작한 사랑은 멋진 용모나 조건, 육신에 대한 사랑이지 마음에 대한 사랑은 아니다. 사람을 처음 사귈 때는 다음의 몇 가지를 눈여겨 살펴보라. 첫째, 자기 말만하는 사람은 소통이 부재하여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많다. 둘째,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한 사람은 소신이 없는 사람이다.

셋째, 상대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돌아서서 뒷말할 사람이다. 넷째, 남의 말에 귀가 얇거나 지나치게 주변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남이 장에 가면 거름지고 따라갈 사람이다.

다섯째, 상대의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거나 상대의 말에 질질 끌려 다니는 사람은 이중인격자이다. 여섯째, 우유부단하며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은 결단력이 부족하다. 일곱째, 지난날의 일들을 영웅담처럼 늘어놓으며 자랑하는 사람은 허풍쟁이일 가능성이 많다.

여덟째,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주지 못한 사람은 이기주의자다. 아홉 번째, 상대방의 과거의 비밀까지 집요하게 캐물으며 알아내려고 애쓰는 사람은 배신할 가능성이 많다.

육신의 눈은 번개처럼 빠르지만 쉽게 싫증을 내고 마음의 눈인 이성은 느려도 꾸준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얻은 사랑이라야 오래갈 수 있다. 사람을 사귈 때는 너무 서둘지 마라.

운전도 너무 속도를 내면 앞차를 추돌할 수 있고, 너무 느리면 뒤차에 받힐 수도 있다.

상대의 표정, 행동, 언어, 관심사를 통하여 서로 부딪치고 돕고 보완하고 격려하면서 한 묶음으로 흘러가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재물을 보고 교제하면 상대의 재물이 떨어지면 교제가 끝나고, 권세를 보고 교제하면 상대의 권세가 떨어지면 교제가 끝나며,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교제한다면 이익이 없어지면 끝나버린다. 이성간의 신뢰는 거울과 같아서 거울에 금이 가면 원래대로는 안 되는 것처럼 신뢰에 금이 가면 깨진 거울과 같다.

유비가 한중을 믿듯, 맹상군이 호백구 믿듯, 서로의 믿음이 확고할 때 영원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요즘에는 혼 밥, 혼 술과 홀로여가를 즐기며 살아가는 홀로 족이 늘고 있다.

상대의 간섭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자 결혼을 포기한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람에게는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 미혼의 젊은이들은 서로의 공감을 통해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이해해주며 고락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찾아보라. 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하였다.

친구는 ‘제2의 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취미는 바꾸더라도 친구는 바꾸지 말라”하였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서는 이기심이라는 구정물을 비워버리고, 치심이라는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상대 앞에서 나를 낮추고 예절을 지키며 서로 믿고 이해하고 함께 이익 되게 살아가면 행복은 두 사람의 몫이 되어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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