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국은 ‘북핵=이란핵’을 용인할 수 없다
시론-미국은 ‘북핵=이란핵’을 용인할 수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0 15:0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미국은 ‘북핵=이란핵’을 용인할 수 없다

미북 하노이 협상 결렬 이래 북한이 인공위성이라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이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미국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리한다면 이는 미국과 세계를 크게 오판한 것이다.

협상은 반드시 중간지점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모두 얻을 수도 있지만, 모두 내어주어도 목숨만 부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쟁이든 협상이든 모든 힘겨루기의 출발점은 ‘지피지기’이다. 서로의 힘을 파악하고, 상대가 양보할 수 있는 것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다. 힘의 차이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상대에게 상대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건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꼭 얻어야 하는 것’은 북핵 폐기이다. 미국과 세계는 북핵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첫째, 북핵 인정은 곧 NPT 체제의 와해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후 유엔과 핵확산금지조약(NPT)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P5)의 거부권과 핵무기 보유권 등 특권을 인정했다. 북한의 핵보유가 인정되면, NPT는 더이상 존립근거가 없게 되고 핵확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유엔 체제도 위협받게 된다.

둘째, 북핵은 이란과 중동지역 정세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핵협정(JCPOA)을 파기했다.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2025년까지 해제한다는 선셋조항 때문이었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이유는 아마도 이란의 핵개발이 동결되면서 미국의 경제유인이 투입되면, 마침내 이란도 핵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조건으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했지만 결국 북핵 개발로 이어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의 경험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순진한 이상주의적 협상이 아니라, 현실주의적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만이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

셋째, 북핵을 용인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의 실패는 핵확산 판도라상자를 열어 극렬 테러집단까지도 핵무장을 할 수 있게 되는 사태로 이어지고, 이로써 전후 국제안보질서는 와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일차적 책임은 협상 주체인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임 대통령들이 북핵을 방치하는 ‘잘못된 정책’을 펼쳐 왔다면서 비난했다. 미국 대선은 내년 11월에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미국과 북한의 힘의 차이는 명백하다. 북한이 손에 쥔 핵무기의 존재를 과대평가하는 순간에 패착이다. 핵·미사일 중단은 ‘최고존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공언한 사항이고, 하노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번 약속했다. 북한이 벼랑끝전술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의 강경 군사대응을 불러올 뿐이다. 미국은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택지는 없다. 중재의 여지도 없다.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가 아니라 중간의 ‘스몰딜’이 있다고 말하지만, ‘전부’(핵폐기)를 전제로 한 중간의 폐기-보상과정이 있을 뿐이다. ‘빅딜’ 하나뿐이다. 북한은 세계정세와 미국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북핵과 이란핵이 다르지 않음도 헤아려야 한다. 미국을 압박하며 시간만 끌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물안 개구리의 착각이다. 강자가 요구하는 것을 주고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약자의 생존법이다. 협상은 명분 있는 패배를 얻어내는 과정일 수도 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