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일부 주민에 선심성 필리핀 관광
밀양 송전탑 일부 주민에 선심성 필리핀 관광
  • 연합뉴스
  • 승인 2019.03.20 18:28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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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설비 시찰 명분…3200여만원 들여 시찰없이 관광만
감사원 “한전, 사업관리비를 필리핀 관광비로 선심 집행”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에 참여했던 일부 주민들을 상대로 사업비 3200여만원을 들여 필리핀 관광을 지원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감사원은 청구인 1576명의 공익감사 청구로 착수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관련 공익감사청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2015년 11월 밀양 지역 주민대표와 동반 가족의 해외 전력설비 시찰을 한전에 요청했다.

이 협의회는 밀양 지역 주민대표와 한전, 밀양시 등이 밀양 송전탑 관련 주민 요구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2013년 8월 구성한 민관협의체다.

협의회 소속 밀양 지역 주민대표와 배우자 등 19명은 2015년 12월 5~10일 5박6일간 필리핀을 가게 됐지만, 당초 계획했던 현지 전력설비(일리한발전소) 시찰을 한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모든 일정이 관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필리핀 관광에는 밀양 송전탑 건설예산에 포함된 한전 사업관리비 3252만원이 사용됐다.

한전의 ‘사업관리비 운영기준’에 따르면 사업관리비는 송·변전 설비 공사 시 전력설비 견학 기회 제공 등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 등을 위해 편성된다. 이 비용은 선심성 물품 제공 의혹을 야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집행하게 돼 있다.

감사원은 “사업관리비가 밀양지역 주민대표와 배우자들을 위한 필리핀 관광비로만 지원되는 등 선심성으로 집행됐다”고 지적하면서 한전 사장에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한전은 또 밀양 송전탑 건설 주변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사업비도 별다른 증빙자료도 받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2014년 5월 밀양시 A면의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을 위해 13억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A면 주민대표와 합의했다.

특별지원사업비는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른 증빙을 확인한 후 지급하게 돼 있지만, 한전은 2014년 10월 A면 주민대표가 토지매매계약서 등 관련 증빙 없이 시설 신축을 위한 토지구입비 4억원을 요청했음에도 그해 11월 이를 그대로 지급했다.

그러나 A면 주민대표는 해당 토지를 실제로는 3억5000만원에 샀으며,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2억6300여만원으로 낮춰 부동산 거래신고를 했다.

지역 주민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주민대표는 해당 토지를 다시 매각하고 지난해 9월 한전의 지원금 전액 7억8000만원(토지구입비 4억원+시설 운영비 3억8000만원)을 공사에 반환했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증빙을 확인하지 않고 특별지원사업비를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의 방호인력 수송을 위한 전세버스 임대를 일반경쟁입찰에 부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밀양 송전탑은 한전이 2008년 8월 착공했지만,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고압 송전탑의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며 수년간 반대 농성을 벌이면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14년 말 완공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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