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0 18:59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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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힘’은 도전, 결코 두려워 하지 말아야
▲ 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는 “백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도전 하겠다”고 말했다.

3월 21일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2001년) 날이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정 회장은 1946년 자동차수리 공장을 설립하고, 47년에는 건설업을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국내외에서 숱한 대형공사를 따내며 대한민국을 건설업 강국으로 만들었다. 자동차, 조선업 등도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가 생전 자주했던 “이봐,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말은 명언(名言)으로 남아 있다. 정 명예회장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을 경계하고,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창조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생물산업전문단지에 있는 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46). 그를 지난 18일 오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득 정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이 떠올랐다. 30대 초반에 기능성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 일이나, 국내 전시회 및 해외전시회를 찾아 생산하지도 않는 제품을 계약부터 하고 돌아와 그 때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점,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바른미래당) 도전 등은 그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40대 젊은 사업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30대초 회사 설립 끊임없는 도전 열정
GMP인증기업 성과 해외 수출력 확보
지난해 21개 품목 중국진출 정부 허가
새로운 분야 개발, 기술 축적 도전 계속…


-원래 도전을 좋아 합니까?
▲(웃으면서) 네 조금…사고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처음부터 제조회사를 할 생각이었나요.
▲공장을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2003,4년에 전국적으로 황토(黃土)팩 열풍이 불었습니다. 황토방에다 심지어 황토통닭까지 나올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또 우연히 TV를 보니 황토를 통에 담아 10만원씩 팔았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산청이나 하동에 있는 백토(白土, 고령토)를 팔면 더 잘 팔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먼저 할까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고령토 광산을 하는 선배를 찾아가 함께 몇 개월 일하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백토는 잘 팔렸습니까?
▲아뇨. 몇 개 회사를 찾아 갔는데 모두 거절하더군요. (OEM 방식으로)없는 제품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내가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경상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사무실(7평 남짓)을 열고 부산식약처를 몇 번씩이나 찾아가 공장허가를 내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식약처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 하나하나 배워가며 제품을 만들고 2005년 말 공장허가를 받았습니다.

-잘 팔렸습니까?
▲2006년 홈쇼핑 업체 3군데를 찾아가 제품 판매를 협의했습니다만, 보기 좋게 다 거절당했습니다. 대기업 제품도 아니고, TV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전속 연예인도 없고 등등의 이유를 대며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제품을 만들었는데 거절당하니 앞이 캄캄 했습니다. 그때 ‘서울에서 홈쇼핑 전시회가 있으니 출품해 봐라’고 지인이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전시회에 나갔나요?
▲부스비용 200만원을 간신히 마련해 참가 했습니다. 찜질방에서 자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전시회 이틀째 되는 날 대만에서 온 바이어 10여명이 부스를 방문해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화장품을 하던 사장님이 대만에 황토팩을 수출키로 했다가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수출을 못하게 되자 백토로 만든 저희 제품을 대신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만 동삼홈쇼핑에 첫 수출을 하게 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그 뒤는 탄탄대로를 달렸겠네요.
▲아닙니다. TV에서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난 뒤 처음에는 백토팩이 좀 팔렸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니까 백토 황토 다 팔리지 않았습니다. 메스컴의 ‘한방’이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해외전시회로 눈을 돌렸습니다.

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가 자사 제품을 들고 선보이고 있다.
KB코스메틱 김유근 대표가 자사 제품을 들고 선보이고 있다.

-어디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했습니까?

▲의료기기협동조합에 얘기해 베트남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했습니다. 화장품은 저희들만 참가를 하다 보니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만 주력 제품인 백토팩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레이저 시술을 하고 난 뒤 사용하는 피부 재생화장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실 그때 저희 회사에는 재생화장품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다만, 제품 수출이 가능하다며 모두 7건을 계약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기능성화장품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가 기능성 화장품 회사인 KB코스메틱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05년. 식약처로부터 까다롭기로 소문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인증기업으로 지정된 것은 2012년이다. 국내 900여개 화장품 제조업체 중 7번째(충남이남지역에선 처음)로 GMP인증을 획득했다. GMP인증을 받게 되면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 수출이 가능하고, 일부 국가에선 ISO22716을 획득한 것보다 더 알아준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식약처가 기능성 제품 하나하나에 대해 인증을 해 준 것이라 해외에서도 이를 믿고 제품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GMP 인증을 받기위해 지금의 생물산업전문단지로 이전해 공장을 짓고, 3년가량 GMP 전문가과정 교육도 받았다. 해외 판매가 주 루트다 보니 마음 놓고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을 미리 닦아 놓은 셈이다.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중국 시장이 매우 클 것 같은데…
▲지난해 21개 품목에 대해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중국은 자국 제품은 신고제인데 해외 수입제품은 허가제입니다. 국민건강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종의 무역장벽이라고 보면 되죠.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려 허가를 받아 놓았으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이 진행될 것입니다. 올 상반기 중으로 첫 수출이 시작되면 2015년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수출이 재개되고, 저희 브랜드도 거대 중국시장에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이 많았겠습니다.
▲저희가 2013년부터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정말 어려웠습니다. 여러 가지 제품 중 화장품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사드 보복전 중국에서는 프랑스 등을 제치고 한국 화장품이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음) 대신 수출 선 다변화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중국 수출 길이 막히다 보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유럽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놓였습니다.

-유럽에서도 기능성 화장품을 알아주는가요?
▲미백이나 주름개선 등 기능성 제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식약처에서 미백, 주름개선 등 기능성에 대해 인증을 해 주다보니 이들이 믿고 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경쟁력도 더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 이태리 일본 등의 제품이 유럽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한국만의 독특한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유럽에서 어떤 제품들이 잘 팔리나요?
▲미백 화장품의 경우는 동남아에서 인기가 높지만 유럽에서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유럽은 주로 세포재생 등 젊어지는 제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독일에 수출하고 있는 세럼(에센스)의 경우 사람 몸속에 있는 상피세포성장(EGF) 인자를 화장품에 넣어 제품을 만드는데, 콜라겐 세포가 생성되어 주름개선에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 수출 목표액은 어느 정도 입니까?
▲중국, 동남아, 유럽 등의 수출이 예정대로 잘 되면 300만 달러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경남 의령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진주로 이사를 왔지만 진주에서 통학을 하며 의령중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진주고와 경상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경상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잠시 웃음을 머금고 “초·중·고에서 학생회장을 했고, 경상대학교에서도 총학생회장을 했다”라며 “지금까지 선거에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처음으로 떨어졌다”라고 했다. 정치를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꼭 해야 될 이유가 있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도지사 선거를 출마한 두 달 동안 회사를 비운 것이 직원들(20여명)한테 가장 미안했다”며 당(바른미래당)에서 대변인, 경남도당 위원장, 창원 성산 보궐선거 출마 등을 제의했지만 (개혁보수 성향인 자신과 맞지 않아)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사업이고 정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럽이나 일본의 ‘백년기업’처럼 KB코스메틱이 영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분야 개발과 기술력 축적에 도전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 코스메틱의 기능성 화장품은?

청정지역 생산 원료 기능성 화장품
유기농·식약처 인증 해외서 관심


KB코스메틱이 생산하는 기능성 화장품은 삼푸와 린스까지 합쳐 모두 80여 가지다. 국내 영업은 베트남 전시회에서 인연을 맺은 의료기기 업체 7개 대리점 대표들이 맡고 있고, 해외 영업은 KB코스메틱에서 직접 하고 있다. 자체 영업망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제품은 OEM 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전문벤처기업이다. 국내의 경우 피부과 성형외과 등 1300여 군데 납품을 하고 있다. 2015년 말 두산그룹에서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서울 동대문 소재) 입점을 하게 되어 지금도 13개 제품을 면세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면세점 입점은 국내외 영업에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며 “특히 해외 바이어들은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제품에 대해선 품질에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코스메틱이 주로 사용하는 원료는 백토를 비롯해 하동 녹차, 문산 배, 단감(주로 껍질), 새송이버섯 등이다. 지리산 기슭 청정지역에서 생산하는 원료들을 사용하다보니 해외 바이어들은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 자연히 유기농 제품으로 인정받게 되고, 식약처의 인증까지 받아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다. 특히 미백 화장품에 들어가는 문산 배와, 새송이버섯 등은 정부로부터 연구 과제로 지정되어 1억여원의 지원금을 받아 개발하게 되었다. 감껍질과 녹차 등은 피부재생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송아영농조합법인 등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청정지역 사천에서 해풍과 맑은 햇살을 머금고 자란 와송을 활용한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와송을 이용한 고기능성 화장품은 올 상반기 중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하동의 동황토와 녹차를 함께 넣은 화장품도 4월중 출시할 예정이다. 동황토는 고령토의 일종으로 지하에 있는 광물로 철분이 많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만큼 하동의 대표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하동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해외 수출도 할 계획이다. 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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