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봄의 피안(彼岸), 춘분(春分)
진주성-봄의 피안(彼岸), 춘분(春分)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4 14: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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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봄의 피안(彼岸), 춘분(春分)

지난 3월 21일은 24절기의 하나인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있으며, 이 때에 춘분점(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에 들어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며, 이때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요즘 아침저녁으로 바람살이 제법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도 한다.

춘분은 말 그대로 봄의 시기를 일컫는다. 춘분 이후 본격적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우리 몸도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닫혔던 땀구멍이 열리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경락에 기(氣)와 혈(血)이 활발하게 흐르며, 추운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활력을 되찾는 시기이다. 그래서 봄은 시작과 풍요,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계절의 시작이며, 한 해의 시작이고, 또한 농사 준비의 시작이다. 봄은 모든 만물이 생명의 근원을 다시 얻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농가에서는 춘분을 전후로 논밭을 가는 봄갈이를 하고 담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었다. 춘분 절기를 전후해서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들이 녹으면서 봄갈이 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논과 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을 준비하고, 논에는 물꼬를 트면서 농사준비를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춘분을 전후해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 이는 현재의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하며,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이르는 열반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그러므로 '봄의 피안'이라고 하면 봄에 그런 경지가 되도록 수행하는 시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불가에서는 봄이 되면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춘분을 중하게 여기는 풍습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는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는데, 춘분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져 춘분을 기점으로 빛과 밝음으로 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란 등지에서는 춘분을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생각하고 서양의 점성술가들은 이날을 세계 점성술의 날로 정해 각종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춘분을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날’로 여겨 불교 각파에서 '피안' 행사를 여는데, 이날 많은 성묘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공휴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춘분은 다양하고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 절기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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