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3포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하여
시론-3포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4 14:5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회/문학평론가·박경리 토지학회 회장
김종회/문학평론가·박경리 토지학회 회장-3포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하여

어느 나라 사람에겐들 제 강토(疆土)가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우리는 예로부터 한반도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불러 왔다.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노출되면서 이제 그 이름이 무색해졌으나, 그래도 곳곳에 산하의 비경(秘境)들이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산과 강과 바다가 함께 인접해 있어서 물산이 풍부하고 풍광이 빛나는 고장을 ‘3포지향’이라 한다. 세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는 의미의 ‘3포(抱)’다. 지리산, 섬진강, 다도해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는 경남 하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부산 또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배산 임해의 지형인데다 낙동강 하구를 끼고 있다. 거기에 발달한 김해평야는 우리나라 최대의 충적 평야다.

삼포지향에는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가 풍성하여 사시사철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매우 서정적이고 기분 좋은 어감과 개념을 가진 말이 ‘3포’인데, 우리 시대에 이르러 그와는 전혀 다르게 우울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3포’가 등장했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의 ‘3포(抛)’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하나의 풍조가 되어 동시대를 ‘3포시대’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결혼하여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애국자’란 호명을 부여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게 되었다. 미상불 혼수·육아·교육의 비용이 상식을 넘어가는 형편이고 보면,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 없는 젊은 세대가 비교 열세의 중압감을 벗어나기 어려운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실에 동화되는 젊은이들의 행태(行態)를 결코 그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들이라고 상식적인 삶의 패턴을 버리고 포기가 즐비한 길로 들어서고 싶을 리 없다. 연애를 버리는 것은 인간애를, 결혼을 버리는 것은 사회성을, 출산을 버리는 것은 공동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떤 이유가 이들을 그와 같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천착하여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오죽 어려우면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모두가 애통한 마음으로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 처방의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해소의 방안을 도출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어느 기관이나 부서에서도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30년 간 대학 강단에 서 있던 필자는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면, 아니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팽창하는 경제 규모를 따라 졸업 후에 취업할 자리가 많았다. 졸업 시즌이 되면 기업마다 대학을 찾아와 인재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여는 것이 하나의 풍속도였다. 오늘의 학생들은 가급적 졸업을 늦추기 위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거나 아니면 휴학을 하기도 한다. 설령 결혼을 한다고 해도 자력으로 집을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이나 자동차와 같은 생활경제에 돈을 들이고 미래보다 현재를 더 앞세우는 정책(?)을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적 환경이 달라지고 장기 저성장으로 우리 경제의 파이가 작아졌다는 변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젊은이의 미래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몇 푼의 수당을 나누어주고 위로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처사다. ‘탈무드’의 교훈처럼 고기가 아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답이다. 해외로 가는 문과 길도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교육에 기반을 둔 지식인들이 이 문제에 깨어 있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젊은이 자신이 주어진 삶과 사회 공동체를 건실하게 이끌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옳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