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나만의 소확행을 실천한다
아침을 열며-나만의 소확행을 실천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5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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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나만의 소확행을 실천한다

겨우내 추운 날씨 속에서 어찌 견디었나 싶은데 말라 보이는 나무 가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란 새순이 올라와 있다. 아직 바깥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통도사 양지 바른 곳에 홍매화가 피었다는 얘기 들은 지가 몇 주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목련꽃은 바람에 떨어지고, 다음 주자인 벚꽃이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볕이 좋은 곳에 벚꽃은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담장을 따라 핀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벚꽃이 이맘때 나의 활력소이다. 올해도 딱 보기 좋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다른 일은 제쳐두고 나만의 행복에 젖어 본다. 가로수 양옆으로 심겨져 있는 벚꽃 행렬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오늘도 꽃이 핀 곳에는 소확행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말 바람에 찬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나도 나들이겸 근처 산책길을 찾았다.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은 봄기운을 만끽하는 모습들이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행복해 보인다.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저들의 얼굴에도 보인다. 행복은 일상 속에서 쉽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즐기는 이들로 보인다. 내가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사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 나름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로 보인다.

재작년부터는 소확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하더니 내 주변 사람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 비싼 해외 여행지를 가기 위해 몇 년 동안을 돈을 모으기 보다는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TV에서 한 번 소개된 맛집은 멀어도 한 번쯤은 꼭 가보려 하고,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들에서 적은 돈으로 떠나는 여행지의 묘미를 소개하면 주말을 이용해 가볍게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라는 도서에서 소개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을 나도 찾아보려 애쓰고 있다.

몸이 아파 병원 신세를 지는 분들을 보면서 지금처럼 살면 나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하리라 미루어왔던 것들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바라며 미루어 왔던 것들을 버켓리스트에만 적어두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면서 지금 이 순간 내 손에 잡히는 행복, 주변에서 자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에 만족해 하니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인다. 평범한 행복을 즐기면서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내 삶 자체에 열중하려 한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휘둘리고 끌려 다니는 내 모습에 측은함마저 들었기에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온전한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보려 한다.

짧은 찰나의 순간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은 봄에 나만의 소확행을 실천해 보자.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자. 일에만 몰두하는 삶에서 벗어나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것을 즐겨보자. 자기의 내실을 가꾸고 자기만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행복 지수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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