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사천상공회의소 정기현 회장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사천상공회의소 정기현 회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6 18:43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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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항공산업 발전에 최대한 역량 모아 지원”
▲ 사천상공회의소 정기현 회장은 “눈부시게 성장하는 사천시의 위상에 걸 맞는 상공회의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수도·해양관광도시’ 양대축 성장세

항공우주대학 설립한다면 사천시가 최적
시와 협력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최선
경영철학, 정직과 신뢰…‘집념의 기업인’


경남 사천시는 요즘 전국적으로 핫(hot)한 지역이다. 경남항공국가산단이 조성되고 있고, 민간우주센터와 국내 첫 민간 항공기 정비(MRO) 사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는 등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 산업의 요람 창원과 조선 산업의 메카 거제가 죽을 쑤고 있는 것에 비해 사천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사천시에서 추진해온 ‘항공수도’, ‘해양관광도시’라는 양대 축이 ‘작지만 강한 도시’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경남 사천시 용현면 사천대로 969-4 사천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정기현 회장(67)을 만났다. 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사천시 자랑에 열을 올렸다. 그는 “경남도내 8개 상공회의소 중 발전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사천상공회소”라며 “눈부시게 성장하는 사천시의 위상에 걸 맞는 상공회의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분한 그의 성격처럼 인터뷰를 하는 동안 거의 빈틈이 없었다.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26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모범사원 시상식을 가졌다.
사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26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모범사원 시상식을 가졌다.

-사천상공회의소 회장을 연임하셨는데…
▲2015년 제22대 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되었고, 2018년 3월 제23대 회장에 연임되었습니다. 지역 상공인들이 상공회의소의 위상과 나아갈 방향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저를 선택했다고 봅니다. 부족한 점이 많으나 (한번 한)경험을 살려 상공회의소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회원사가 얼마나 되는지요?
▲사천상공회의소는 1954년 설립되어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등 1개시(市) 2개군(郡)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회장에 취임했을 때 회원사는 201개였으나 현재 257개 회원사가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천상의 회장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보람된 때는 언제였습니까?
▲지난해 한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미(美)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 실패와 국내외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역경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장 보람된 일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정상화와 항공정비 사업자 선정입니다. 2017년 항공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항공정비사업 범시민유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MRO 사업자 조기 지정과 KAI 경영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사천이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의(商議)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항공국가산단 지정과 항공 MRO 사업자 선정, KAI 우주센터 건립으로 사천시는 명실상부한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비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KAI 역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초 일류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천상의는 사천시와 KAI가 항공우주산업 기반 마련을 위해 추진 중에 있는 각종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역상공인들의 의지를 결집시키고 우수기업유치, 규제개혁 등 대정부 건의 등에 최대한의 역량을 모아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항공우주산업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여러 산업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인재유치도 중요하겠습니다.
▲남부내륙철도가 조기에 완공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의 유능한 항공 인재들이 사천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항공인력 유치를 위해 이미 대전우주센터, 국토부 등에 사천의 미래발전상 등에 대한 팸플릿을 제출하는 등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KAI에서도 6개월, 3개월 단위로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저희 상의와 협력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고성항공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고성도 경남도에서 추진하는 반경 40㎞ 이내 항공 클러스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공 MRO사업을 중심으로 내년에는 항공인력 수요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가까운 시일 내에 고성의 항공고와 협력관계를 맺을 예정입니다.

정 회장의 항공 산업에 대한 설명은 끝이 없었다. 사천발전연구원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그는 사천의 미래가 걸려있는 산업이다 보니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경상대학교의 항공우주대학 설립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항공우주대학이 설립되면 그 장소는 당연히 사천이 되어야 한다”며 “선진종축장 부지 3만평, 경남도부지 7만평 등 모두 10만평이면 항공우주대학 캠퍼스가 사천에 올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주와 사천의 통합문제를 꺼내며 “진주시가 통 크게 양보하면 먼 훗날 마·창·진 통합과 같은 호기(好機)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에 사천상공회의소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데…
▲회원 상호간에 우애를 증진하고, 상공회의소에 대한 애착과 적극성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사천시가 팽창하면서 구 삼천포와 사천간의 불균형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겠습니다.
▲삼천포는 해양관광, 사천은 항공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삼천포의 인구 감소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삼천포 인구가 사천보다 8000여명 정도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천이 오히려 2만2000여명이 많습니다. 인구 역전 현상이 온 것이죠. 갈수록 심화되는 인구 편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천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네요?
▲도시 균형발전 문제는 물론 사천시에서 나서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상의 차원에서도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나서서 시와 호흡을 맞추어야겠지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사천은 어떻습니까.
▲사천시와 상공회의소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덕분에 여러 가지 환경은 참 좋습니다. 특히 사천시장과 정례적으로 모임도 갖고, 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수시로 전달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천시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진주상의와의 통합 문제는 아직까지 유효한가요?
▲아닙니다. 양쪽의 상의회장이 자주 만나다 보니 진주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천에서는 그런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양 시의 경계에 위치한 진주 정촌면의 항공국가산단과 사천 축동면의 복합유통단지가 조성된다면 사천시와 진주시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시민이 주도하는 통합에 대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하고 예상해 봅니다.

정 회장은 삼우산업(사천시 축동면 예동길 104)이라는 수산물 가공회사를 37년째 경영하고 있다. 한때 직원이 100여명을 넘었으나 현재는 40여명에 불과하다. 쥐치포 가공이 한창 성수기였던 8,90년대가 가장 호황기였다고 했다. “그때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며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육군 하사로 전역(1976년)한 뒤 수산물 가공업을 하고 있는 큰 형님의 영향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정 회장은 ‘정직’과 ‘신뢰’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4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집념(執念)의 기업인’이다. 사천상의 얘기를 뒤로하고 그의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수산물 가공업이 힘들지 않습니까?
▲요즘 힘들지 않는 업종이 어디 있습니까? 특히 명태(러시아에서 전량수입), 오징어(멕시코, 칠레 등지에서 수입) 등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호·불황을)예측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어획량이 점차 감소하고, 3D업종이라 인건비도 비싸고, 인력도 구하기 힘들고…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산물 가공업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 아닌가요?
▲베트남은 수산물 가공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공장마다 2만~3만명의 인력이 고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베트남 중국시장을 많이 활용해야지요.

-기업을 경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있었지요. 우리 업은 IMF때는 오히려 경기가 좋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MB정부 시절 러시아로부터 약 1년간 명태 수입이 안됐을 때였습니다. 어획량이 작은데다 중국이 전량 싹쓸이를 해 가는 바람에 그때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요즘 새롭게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분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은?
▲인내가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낍니다. 사업이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습니다. 자금, 인력, 판로 등 극복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와 지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죠.

-사업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자세를 낮추어라, 겸손해라, 그리고 남의 말을 경청해라는 등의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부터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도 남(고객)의 말(가격, 품질 등)을 거절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신뢰관계가 형성됩니다. 자신의 주장에 앞서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우산업은?

명태·오징어 등 수산업 가공회사
시장 변화에 따른 식자재 공급 전환


정기현 회장이 24살의 젊은 나이에 설립한 회사. 명태 오징어 등 수산물 가공을 주로 하는 회사로 한때는 종업원이 100명을 웃돌았다. 건어물과 오징어 명태포 등을 주로 생산한다. 8,90년대 삼천포 통영 고성 등지에는 쥐치포를 생산하는 수산물 가공회사가 100여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현저히 줄었다. 쥐치포 등은 일본 등지로 수출했다. 최근에는 쥐치 생산량이 급격히 줄은 데다 주원료인 명태, 오징어 등을 수입을 의존하는 바람에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금까지 해 왔던 건어물 등 수산물 가공에서 탈피해 식자재 공급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2년여에 걸쳐 공장 신축(사진) 작업을 진행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쾌적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작년 말 공장 신축 공사를 끝내 다음 달 초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두지휘했다. 수산물 가공업에 대해 정 회장은 “어획량 감소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상당히 가능성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는 산업”이라며 “남들은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절대 사양 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큰 아들에게 삼우산업을 물러줄 예정이다. 큰 아들은 5년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매사에 꼼꼼한 성격인 그는 “수산물 가공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업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배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아들이)아직 수습단계라 (삼우산업)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회사경영에 관여 한다”고 말했다. 정리/구경회·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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