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이 미중 군사대결 속으로 들어갔다
시론-북핵이 미중 군사대결 속으로 들어갔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7 16: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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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핵이 미중 군사대결 속으로 들어갔다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Δ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와 Δ괌과 하와이의 미군 전략무기 철수를 요구했다고 한다. 미북 협상의 막후 채널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의 전언인데, 이는 북한이 스스로 미중 군사대결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중국의 군사대결이 눈에 띠게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군사·외교적 투사력을 남중국해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경계와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충돌이다. 그런데 북한이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 그 개념을 확대하여 주한미군 철수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간파되어 왔지만, 괌과 하와이까지 거론했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괌과 하와이의 미 군사력은 북한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이 대응하고, 나아가 괌과 하와이의 미군도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괌과 하와이의 군사력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USINDOPACOM) 소속이며, 이는 2018년 5월 30일자로 종래의 태평양사령부(USPACOM)를 개칭한 것이다. ‘인도태평양’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때 처음 제시한 용어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을 모토로 한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인도를 전략개념에 포함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연대(Quad)가 강조되고 있는데, 한국은 현재 이 전략구상에서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참여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괌과 하와이의 전략자산을 거론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기에, 북한의 반응은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하노이에서 이를 듣고 크게 놀랐을 것이다. 북핵은 원래부터 북한만의 핵개발·보유를 넘어, 세계적 핵확산과 NPT 체제의 와해 여부를 가늠하는 중장기적 역사의 담판이었지만, 이제 미중 군사대결이라는 중단기적 현실의 문제임을 미국이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를 요구하였다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원래 미국의 핵우산은 북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 중국의 핵무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반입 중지 등 대북 군사 위협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핵우산’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력이며, 북한 뿐만 아니라 모든 핵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핵심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워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축소·철수를 넘어 한미동맹의 파기이며, 나아가 중국의 패권에 기여할 인도태평양 전략의 무장해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외교정책결정과정을 분석한 로즈나우(James Rosenau)는 5가지 변수를 말하는데, 정책결정권자 개인변수 이외에도 역할변수, 정부변수, 사회변수, 체제변수를 든다.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는 초당적·범국민적 요인이 잘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선택은 북핵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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