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공무원 친절교육(CS), 현장 모니터링과 화법개선이 먼저
도민칼럼-공무원 친절교육(CS), 현장 모니터링과 화법개선이 먼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7 16:2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공무원 친절교육(CS), 현장 모니터링과 화법개선이 먼저

관공서에서 ‘서비스친절교육(CS)’을 할 때 필자는 “좀 친절하세요”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하려고 학습자들 앞에 서면 벌써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정기교육이 아니라면 관공서의 경우, 아마도 ‘불친절응대’건으로 민원접수가 된 경우일 수 있고, ‘서비스 친절도 향상’에 대한 내부 문제제기가 된 상태일 수 있으니 교육에 참여한 학습자들에게는 썩 즐거운 시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교육에 들어오느라 안 그래도 밀려있는 업무가 더 가중될 게 뻔하고 의무적으로 듣는 교육이라 시작하기 전부터 지겨운 얼굴이다. 필자도 그저 친절교육 강사로 다니기만 했을 때는 이런 속사정들을 잘 알지 못했다. 아니, 크게 알 필요도 없었다. 필자는 매뉴얼대로 강의하는 사람이지 이들의 속사정을 뿌리깊게 알아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친절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만 고민하면 되었다. 교육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큰 이해관계 없이, 각자의 자리에 있으면 되는 느낌, 그때는 정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강사’와 ‘학습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친절교육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때가 있었다. 어쩌면 운명처럼 그 일을 맡게 되었는지 모른다. 몇년 전, 한 관공서에서 맡은 프로젝트였는데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기 전에 업무 모니터링을 하는 일이었다. 때문에 교육진행 그 이상의 신경 쓸 일들이 늘어났고 처음엔 그냥 강의만 충실하면 되지 이렇게 꼭 업무마다 모니터링을 진행해야하나 하고 툴툴 거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의 회사인 효정컴퍼니 소속 강사님들과 함께 관공서 민원 업무를 파악하고, 공무원들의 민원응대방식과 습관적 커뮤니케이션 태도(말투, 응대스타일, 몸짓언어)를 꼼꼼히 모니터링 했다. 몇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행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토대로 가장 필요한 교육을 엄선해 강의안을 꾸려나갔고 혼자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모니터링 참여 직원들과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코칭 매뉴얼과 교육내용들을 완성시켜 나갔다.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하며 교육 대상자들의 업무를 파악한 뒤 구축한 CS교육은 이전의 경우와는 완전히 달려져 있었다.

“여러분, 감정 노동자라는 말을 아십니까? 네. 들어보셨죠. 자신의 감정과는 별개로 조직이 원하는 감정을 가지고 일관 되게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붙인 말입니다. 그럼 감정 노동자들의 직업군은 어떤 게 있을까요? 네. 예상하시는 것처럼 대부분 서비스직의 직업군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승무원, 텔레마케터, 상담요원, 외식업 종사자, 미용사 등이 있는데요. 여러분이 하시는 일의 특성을 살펴보니 여러분들 또한 감정 노동자였습니다. 민원업무도 봐야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죠. 안내도하고 상담도 합니다. 공무원은 국민을 섬기는 일이 사명이기에 당연히 친절한 민원응대를 해야 하지만, 조금만 소홀한 부분이 있어도 불친절공무원으로 찍혀 이렇게 의무교육을 받아야하고 때론 악성 민원을 만나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요.

그런데 여러분. 공무원도 국민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존중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민원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밝은 마음으로 응대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에게 먼저, 친절하신가요? 여러분 동료에게는요? 자, 우리는 지금 위로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중략) 자, 그럼 오늘의 친절 레시피, 알아두면 쓸데 있는 친절의 결과 격에 대해 만나보실까요?”

그러고는 교육이 진행된다. 모니터링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교육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화응대, 현장방문 민원응대, 질문 요령, 거절하는 요령, 친절화법 등. 익히 들어온 교육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현장 모니터링한 결과로 진행되는 강의는 업무에 가장 적합한 사례를 예시로 들거나 업무별 응대 화법이 구체화되므로 곧바로 적용 가능하고, 까다로운 민원응대의 경우에도 실제 응대접점(MOT)을 기반으로 롤플레잉(실전 상황을 미리 연습해 보는 교육기법)을 해 보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교육에서 배운 화법을 그대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서비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일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사람들 모두가 아닐까. 이제 똑같은 말만 반복되는 의무적인 친절교육은 ‘알쓸(알아두면 쓸데있는)’하지 못하다. 실제 현장을 바꾸는 친절교육! 구체화된 화법개선과 모니터링에 달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