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경제는 기분이라는데?
도민칼럼-경제는 기분이라는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8 15: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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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경제는 기분이라는데?

경제학은 도통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그냥 사는 이야기 한번 해보자! 경제는 기분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바람을 넣으면 실제 주머니 사정과 달리 미래 가치를 보고 사람들은 돈을 쓴단다. 그렇게 펑펑 쓰다가 우리는 IMF를 맞아 남의 나라 돈 쓰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니 새삼 그 비탄스러웠던 상황들이 떠올라 아찔했다. 그때 국민들을 생각한 관리와 정부가 있었다면, 그 상황을 알리고 국민들 스스로도 대책을 세우도록 했었다면, 부실기업에 돈 빌려주고 리베이트 받는 은행 간부부터 IMF에 손을 벌리면 줄도산을 해서 우리의 건실한 기업마저 해외로 뺏길 걸 알면서도 덥석 손을 잡은 관리까지 온통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양극화의 발단을 가져온 일에 대해 이제 영화를 통해 조금 알면서 또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무서운 계급으로 나뉘었다. 고용시장의 유동성을 살려 기업을 키워야 국민도 산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만 살고 국민은 불안한 날들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서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말 3만 달러를 넘어섰단다. 그런데 그 돈은 어디에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연일 “경제가 너무 심각하고 경제가 다 죽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경제는 누가 다 죽였을까? 경제는 정말 다 죽었을까?

요즘 그 유명한 클럽 버닝썬에는 만수르세트라고 해서 1억짜리 술 메뉴가 있는데 하룻밤 잠시 놀면서 그걸 시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경제가 너무 힘들다지만 지난 2월 설날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수가 또 최고치를 갱신했단다. 외제차 딜러를 하는 후배는 돈 있는 사람들이 고급 스포츠카를 원해도 시장에 몇 대 없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한다. 보아하니 경제가 죽은 것은 아닌가보다. 어디 꽉 막혀서 자기들끼리 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끼리 올려서 나눠먹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처방을 쓰니 경제가 죽었다고 난리다. 최저 임금 1만원 인상은 모든 대선주자가 다 내건 공약이었는데 최저임금 때문에 또 경제가 죽었다고 난리다.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미투 열풍으로 회식문화가 사라졌다는 말을 서울 사는 선배에게 듣기는 했다. 그래서 밤에 하는 술장사보다 낮에 식사로 장사 패턴을 바꿨다는 말을 들었다. 단기적으로는 주춤하겠지만 사회 전반으로는 잘못된 인식의 변화가 와서 사회가 건강해지면 또 다른 유흥문화가 형성되리라고 본다. 장사의 패턴은 고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자영업은 쉬운 길이 아니다. 어느 나라건 자영업이 고정적인 안정성을 갖는 업종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3대 내리 손맛을 이어가는 맛집도 규모를 잘 못 늘리면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가 죽고 경제가 힘들다고 하는데 잘 생각해 보자. 행복은 모르겠지만 물질의 수준은 분명 좋아졌다. TV의 영상화질, 휴대폰의 속도, 식탁의 음식 종류, 해외여행빈도 등등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본래 지나간 일들은 아름답게 추억되기에 과거에도 분명 경제가 힘들다, 경제가 다 죽었다, 고 아우성치고는 과거가 더 좋았다고 딴소리를 한다.

내 생각에는 경제를 죽이고 싶어 하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는 기분이라는데 일부러 기분을 더 위축되게 해서 소비활동을 막으려는 이들이 있는 건 아닐까? 자기들끼리는 만수르세트를 시켜 먹으면서 우리에게는 경제가 죽었으니 들고 일어서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몇 프로 되지 않는 주식을 가지고 회사 대표를 하면서 배임을 하고 횡령을 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고용의 유동성을 강조하며 비정규직을 늘여서 회사 현금 보유만 늘리고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않는데 이런 기업들과 짜웅하는 이들에게 권력을 주고파서 겁을 주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이즈음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가 지금 누구 때문에 죽어 가는지? 케케묵은 이념 따위나 있지도 않은 보수 진보 타령에 속지 말고 이 꽉 막힌 물꼬를 트기 위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정치권이 어디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니 움츠려 들지 말고 이번 주말에는 벚꽃 흐드러지게 핀 지리산자락으로 와서 죽었다는 경제를 살리듯 작은 돈으로 인생의 기분이나 살려보자! 이번 주말부터 화개십리벚꽃이 절정이니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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