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오만함에 대한 심판
강남훈 칼럼-오만함에 대한 심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28 16: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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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오만함에 대한 심판


한국 정치는 대선(大選)과 총선(總選)을 계기로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합당, 연합, 단일화 등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권을 건 싸움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야합(野合)’ 등의 비난이 있었지만 대부분 대권(大權)을 움켜지거나 국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정상적이 아닌 변형된 정치행태로 재미를 톡톡히 본 셈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런 일이 있었으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때가되면 으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 90년 YS는 ‘3당 합당’이라는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그해 있은 14대 총선에서 자신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원내 3당으로 전략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JP의 신민주공화당이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합당을 선언하며, 원내 의석 219석의 거대정당으로 탄생했다. 그 결과 YS는 2년 뒤인 92년 14대 대선에서 승리하며 대권을 차지했다. 야합이라는 거센 비난과 저항이 있었지만, YS의 승리를 막지 못했다.

DJ는 지난 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JP와 ‘DJP연합’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켰다. 96년 제15대 총선에서 자신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올리자 내각제 개헌과 연립정부 구성을 내걸고 JP와 손을 잡은 것이다. 대선을 앞둔 97년 8월 박태준 씨까지 연합했다. 역시 거센 비난이 있었지만 DJ는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17석을 얻어 교섭단체 구성을 못하게 되자 ‘의원직 꿔주기’라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벌이며,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을 채워주기도 했다.

가까이는 2016년 4월에 있은 20대 총선이다. 창원 성산에 출마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시 새누리당 후보(강기윤)를 꺾고 승리했다. 총선이 임박해서 원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대신 창원 성산으로 내려온 그는 먼저 무소속 손석형 후보와 2자 단일화에 성공한 후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의 단일화에서도 이겨 본선에서 승리했다.

오는 4월 3일 실시되는 창원 성산구 보선(補選)에서도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고,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진행된 전화 여론조사에서 여 후보가 민주·정의당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20대 총선의 후보단일화와 다른 점은 야권후보 끼리의 단일화가 아닌 여당과 야당후보의 단일화라는 점과 진보진영의 민중당 손석형 후보가 단일화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후보단일화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단일화 전(지난 16,17일)에 실시된 여론조사(MBC경남·리얼미터, 창원성산 유권자 500명 대상)에서는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30.5%로 여영국(29.0%), 권민호(17.5%) 후보에 앞섰으나 단일화 직후(지난 25, 26일) 실시된 조사(중앙일보, 700명 대상)에서는 여영국 후보가 41.3%로 강기윤 후보(28.5%)를 앞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연히 야당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더불어정의당이 만들어졌다’,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것’, ‘좌파연합이고 야합’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집권당의 책임 회피’, ‘민주당이 정의당에 양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단일화는 누가 봐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소중한 의석 한 석을 포기하면서까지 단일화에 나선 것은 국민은 안중(眼中)에도 없는 ‘철저히 계산된 오만(傲慢)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보선을 책임져야할 이해찬 대표는 단일화 합의 직후 베트남으로 출국(2박3일 일정)했다. 정의당만 손잡으면 ‘100년 집권’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런 오만함을 어떻게 심판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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