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우상화(偶像化)의 위험】
아침을 열며-우상화(偶像化)의 위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31 15: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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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우상화(偶像化)의 위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서 저마다의 우상을 만들고, 여기에 집착한다. 자기 스스로의 나르시즘, 자기 목적의 추구, 타인과의 우월적 구별의지, 지배력 확보... 등의 이유로서 스스로 우상을 세워서 강화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한다. 이 우상화는 각 중 종교 종교집단 및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상적이다.

우상화는 개인에겐 대상이나 목적에 몰입토록 하고, 집단에겐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며, 이로 인한 응결된 집중력과 집단화된 힘과 세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들은 스스로 만든 우상을 설정하여 그 우상의 덕성에 맞추기 위하여 스스로 제어하고 가지런하게 하며 정성과 에너지를 집중시켜 나간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목적을 이루고, 또 훌륭한 사람으로 승화될 수 있다. 예컨대 공부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 중 하나를 자기의 우상으로 설정하여 그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 스스로 매진하여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 것이 그것이다. 롤 모델과 유사하거나, 또는 실제 그 사람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자기가 하고 싶고 바와 자기가 원하는 바를 그 사람에게 투영시켜,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케 함으로써 기어코 되고 싶은 자기의 모습이 되도록 하는 플라시보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훌륭한 스포츠 맨, 연예인, 정치가, 종교지도자..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수한 영웅들이 우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나아가 국민형성(nation building)과 국가 발전을 위하여 정치지도자들은 이런 우상화 작용을 교묘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충성도가 허약한 집단, 정치체제가 불안한 나라일수록 이런 우상화 정책을 강요하기도 한다.

우상화의 최면에 홀리면 간단히 한걸음 물러나 보면 환하게 알 수 있는 것들도 볼 수 없게 된다. 우상화의 콩깍지에 둘러 씌게 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람들은 청맹과니가 된다. 누가 무슨 말을 하여도 절대 듣지 않고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며, 눈을 감고낭떠러지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와 같이 우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또는 집단으로 하여금, 진정 참되고 옳은 현상에 눈멀도록 하여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탕진토록 한다는 점이다. 참다운 진리, 진짜 전개되는 현상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 우상화는 이런 파괴적인 마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의 우상화를 극히 경계하여야 한다.

우상화에 대한 환상이 깨어질 때 우상화의 반작용 현상은 잔인하리만큼 극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이 자기의 우상을 깨는 순간 그 사람은 환희보다는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며 부끄러워한다. 문제는 정치적 우상화이다. 특히 외부의 강압적 우상화일 경우 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열광적으로 환호하였던 그 격렬한 목구멍으로 또한 표변하여 격렬하게 증오하며 잔인하고 처절하게 파멸시킨다. 세상 모든 것을 물리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믿음에 대한 반작용은 걷잡을 수 없는 질풍노도로 탈바꿈한다. 목숨을 다 바쳐 충성하고자 하였던 그 마음의 반작용은 또한 거침없는 광기로 변하여 우상화의 대상을 갈기갈기 물어뜯어 씹는다.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격렬한 충성자들이 극렬한 살수(殺手)로 돌변한다. 본 모습을 깨달아 분노에 찬 군중들은 우상화 과정을 무색하다고 할 정도로 보다 더욱 파괴적이고 보다 더욱 잔혹하게 우상화의 대상을 학살한다. 그래서 우상화를 시도하는 집단들은 일단 우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면 되돌아 올 길을 잃어 우상파괴의 종착역을 향하여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된다. 그리하여 끝없는 파국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이한다. 외부의 강압에 의한 우상화는 마치 살얼음판을 딛는 것과 같다. 우상화는 살짝 건드려도 금방 톡 터질 물방울 같은 것이다. 열기가 잔뜩 부풀은 풍선처럼 임계치에 다다르면 금새 폭발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히틀러, 무솔리니, 챠우체스크 등이 있다,

그러니 깨어 있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개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생명과 재산, 공동체로서의 국가사회 건강성에 우리는 정확하게 민감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겨 죽는 줄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삶겨죽고 마는 개구리신세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를 눈멀게 하고 귀 닫게 하는 우상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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