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두가 한때다
칼럼-모두가 한때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1 15: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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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모두가 한때다

염량세태(炎凉世態) 또는 염량주의(炎凉主義)라는 말이 있다.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고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런 광경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변함없이 존재한다. 세력의 성쇠에 따라 세상 대접이 달라진다. 권력이 있을 때는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다가도 그 힘이 사라지면 얼굴 표정을 바꾸는 게 세상인심이다. 특히 정치 세계는 더욱 비정하다. 한때는 간과 쓸개를 내줄 것처럼 하다가 어느 때가 되면 간과 쓸개를 빼먹는 게 권력의 이면이다. 오죽했으면 정승이 타고 다니던 말이 죽으면 문상객이 많았었는데 정작 정승이 죽으니 발길을 돌리는 게 세력의 속성이 아니던가? 한때 푸른 기와집의 주인으로 살다가 사저(私邸)로 돌아와 그곳에서 조차 편안히 있지 못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된 분들은 이런 세태를 더욱 실감할 것이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던 그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다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대부분 퇴임하고 나면 여러 가지 의혹에 시달리는 게 어느새 관행이 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대통령 스스로가 사욕과 이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만의 불광산사 성운 대사의 법어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으나 뒤집을 수도 있다.’ 즉 권력은 물과 같다는 의미이다. 잘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화근이 되는 게 권세의 함정이라는 경고의 말이다. 18세기 중국 소설 ‘홍루몽(紅樓夢)’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비록 잠시는 뜻을 이루는 듯하나 결국은 스스로 발등을 찍어 생명을 잃는다.’ 실감나는 표현이다. 또 중국 속담에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벌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고, 일단 때가 되면 모든 벌을 되돌려 받는다.’ 권력자들은 그 때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위세가 영원하리라는 자만을 버려야 하고 자신의 임기 안에 역사에 남을 커다란 치적을 이루겠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 과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을 통틀어 어떤 시대 어느 왕조도 모든 백성을 만족시킨 적은 없었다. 한나라의 문경치지(文景治之)가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또 당대의 정관치지(貞觀治之)가 아무리 이상적이었다 한들 위정자의 부패는 늘 존재했고 그래서 백성들의 불만은 있었다. 세상은 자기 뜻대로 바뀌지 않고 또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단과 모순이 세상의 이치이며 실상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유한한데 무한한 역사의 물줄기를 돌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는 것이다. 중국 천하를 호령했던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도 은퇴 후 ‘과한 불평불만은 오히려 자신을 곤란하게 하나니 세상만사를 늘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리라.’라고 회고 했다. 인생 정답은 따로 없지만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정해진 답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이 다 한때다. 이것만이 스스로를 겸손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는 고양이가 무서우면서도 늘 고양이가 부러웠다. 그래서 고양이가 되는 게 소원이었다. 어느 날 마법사가 생쥐의 소원을 듣고 그를 고양이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되고 나니 골목에서 만나는 개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마법사에게 다시 소원을 말해서 개로 둔갑하였는데 이번에는 사자가 무서웠다. 다시 사자가 되고 싶어해서 마법사는 사자로 만들어 주었다. 사자가 되는 순간 어디선가 총소리가 났고 사냥꾼들이 쫓아왔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자가 마법사를 다시 찾아가서 원래대로 생쥐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의 인생은 늘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이고 화려해 보인다. 그래서 한 번씩 부러워하고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쥐가 그랬듯이 누구의 삶에서나 천적은 있고 문제도 있기 마련이다. 술 마시는 남편을 만나서 삶이 힘들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바람피우는 남자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편한 방법이다. 연일 TV화면에 등장하는 한 때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비리로 세간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세상만사 모두가 한때라는 것을 절감케 된다. 새봄이 되어 꽃들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지난주에 향기를 뿜어내던 꽃잎을 유심히 보았더니 어떤 꽃잎은 벌써 시들어가고 있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다시 한 번 되새겨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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