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쿠라
도민칼럼-사쿠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4 15: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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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거짓말 같은 꽃이 화들짝 피어올라 꽃눈을 내려주고 있다. 벚꽃은 피어있을 때보다 떨어질 때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나는 종종 한다. 화무는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이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해주는 저 꽃잎들을 보는 4월, 가장 화려한 달에 우리는 겸손을 배워야할지 모르겠다. 어릴 때는 벚꽃이 일본 국화(國華)라고 들어서 싫었다. 그러나 꽃에 무슨 국적이 있고 이념이 있고 억압이 있겠는가! 또 세계화 시대에 적인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에 위해(危害)를 주면 경계해야 하고 우리 민족에 도움을 주면 친구로 함께 도움을 주고 그렇게 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몇 년 전 내가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격려하던 미국 교포 한분이 계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고 장로이셨던 그 분은 이 나라를 너무 걱정하셔서 내게 좌파 정권이 들어서지 않아야 한다고 거기에 동조하지 말라고 늘 메시지를 보내오고는 하셨다. 나는 그분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분이 사시던 시대에는 그런 시대였으니 내가 그분과 논쟁한다고 서로 생각이 바뀔 일은 아니었다.

사실 이제 좌파 우파의 논쟁은 뱃속에서 죽은 자식이 딸이었느니 아들이었느니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 시대의 이념이었을 뿐, 다만 도대체 무엇이 중요해서 그 이념에 의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사실 이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위하여 사람들에게는 이념 논쟁을 주입시키고 그걸 명분으로 학살해 버린 건 아닌지 따져볼 뿐이다. 이건 복수의 개념이 아니다. 누구는 과거사진상위원회 활동을 보고 이러다가 조선시대 일도 불러다 부관참시를 하겠다고 하지만 아직 당한 분들이 살아계시고 다시는 그런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과거는 더없이 중요하다. 한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때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겠지만 사실 그 또한 아픔을 딛고 일어서라는 격려지만 한 마을이 한 지역이 한 국가가 학살이나 아픔을 당한 경우에는 시시비비를 따져 미래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온 경구인 권선징악(勸善懲惡), 물론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행해야 하는 이 말처럼 선한 것은 두루 알려 권장하고 악한 것은 반드시 벌을 주어야 세상이 안전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죽어 마땅한 이념은 없다. 권력을 가진 이가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을, 그것도 같은 민족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행위는 두고두고 비난받아야 한다. 그래서 제주 4·3 학살, 그 학살에 동의하지 않아 권력에 돌아서는 바람에 반란사건으로 내내 알려진 여순항쟁(여순반란사건), 그리고 광주민주화항쟁(광주사태)까지 다시는 이 땅에 자신들의 권력을 위하여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만행이 자행되지 않도록 우리는 두고두고 진상을 규명하고 비난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 푸르고 설레는 4월에 이 작은 한반도 제주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에게 죽창을 찌르고 바다에 돌을 매달아 빠뜨리고 도망가는 뒷통수에 총을 쏘아대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불을 지르는 것이 어떤 이유를 가져다 대도 옳은 일이었는지? 그것이 과거였으니 잊어버리자고? 아직 당한 이들이 살아있고 불과 70여 년에 지나지 않은 역사인데도?

스스로 우파라고 하는 이들은 자유를 외친다.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나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원한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각자 자기가 가지는 생각이나 이념 논리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으로 진영 논리인 진보 보수는 있을 수 있어도 좌파 우파 빨갱이라는 단어만큼은 해묵고 퀘퀘하다. 특히 빨갱이라는 말은 잔인한 말이다. 그렇게 주홍글씨를 새기고 즐기는 못된 민족이 우리는 아니었다. 일본의 신문이 한국은 가만히 놔두어도 스스로 가라앉을 나라라고 했다는데 잘못된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우리 더 이상 같은 민족끼리 냉전논리를 끌어다 싸우지 말자! 가짜뉴스에도 현혹되지 말고 세상에서 사라진 공산국가로 갈 것처럼 겁박하지도 말자! 지금 우리 경남은 자신들만의 권력을 가지려고 도민을 속이는 사쿠라가 있을 수 있다. 벚꽃분분한 날, 저 거짓말 같은 꽃이 휘날린다. 이제 거짓을 날려버리고 진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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