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고성 마애약사불(磨崖藥師佛)
진주성-고성 마애약사불(磨崖藥師佛)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7 15: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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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고성 마애약사불(磨崖藥師佛)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거나 약국을 찾아간다. 불가(佛家)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불상이 있다. 바로 약사불(藥師佛)이다. 약사불은 동방에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해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재난을 소멸시키고, 의식을 풍족하게 해 준다고 하여 서민대중의 신앙대상이 되었다. 일반 백성들의 신앙인 약사신앙은 우리나라에서 7세기 중엽부터 약사불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여 8세기 중엽에 크게 유행했다.

약사불은 과거세에 약왕(藥王)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수행하면서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기 위한 12가지 대원(藥師十二大願)을 세웠다고 한다. 약사12대원은 중생을 모두 약사여래처럼 되게 하려는 것, 모든 중생의 병을 없애게 하려는 것, 기갈 든 중생에게 기갈을 면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려는 것, 깨닫지 못한 중생을 모두 깨우치려는 것, 중생이 바라는 것을 얻게 하려는 것 등이다.

약사불은 바로 이 12대원을 세운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다. 극락왕생을 원하는 사람이나 악귀를 물리쳐서 횡사를 면하고 싶은 사람, 온갖 재앙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사람들도 약사여래의 명호를 부르며 발원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다. 외적의 침입과 내란, 기상 이변, 질병의 유행 등 국가가 큰 재난에 처했을 때도 약사여래의 본원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약사신앙은 그야말로 전시대적인, 전국가적인 신앙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7세기를 전후하여 약사여래신앙이 전래되어 약사여래는 석가모니, 아미타, 미륵과 함께 4대 부처신앙으로 성행하였으며, 이에 따라 조각과 불화 등으로 조성되었다.

이런 약사불이 고성군 거류면 거류산 정상부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려 전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약사불은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2.54m 높이라고 한다. 고성 약사불은 경상도 마애약사불 중 가장 남쪽에서 확인됐고 유례가 드문 단독 마애약사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소식이다. 마애(磨崖)라고 이름 붙인 것은 석벽에 불상을 새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 약사불은 왼손에는 장식구슬인 보주(寶珠)를 들었고,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올리고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했다. 시무외인은 부처가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고 위안을 주는 손짓이다. 하반신은 커다란 연꽃을 엎어 놓은 듯한 대좌 위에서 양쪽 발을 다른 쪽 허벅지에 올리는 결가부좌를 한 모습이다.

요금 우리 서민들이 여러모로 삶이 팍팍하고 어렵다. 이러한 때에 고성에서 발견된 마애약사불은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약왕보살의 현신으로 다가와 꿈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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