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칼럼-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8 15: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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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각자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현재의 생활수준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어느 백성이 정치하는 이를 원망하고 지탄하겠는가.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 사람 사는 세상이 평등하면 원망의 말이 적고, 수면이 잔잔하면 한쪽으로 물길이 쏠리지 않는 법이다. 이러쿵저러쿵 백성들의 불만이 많으면 난세다. 산골 촌로의 입에서 나라를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장터의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밝지 않으면 잘못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 태종의 치적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이런 대목이 실려 있다. 태종은 어느 날 가까운 신하 위증을 불러 물었다. “어떤 임금을 가리켜 밝은 군주라 하고, 또 어떤 임금을 어리석은 군주라 하는가?”위증이 대답했다. “밝은 군주란 각계각층의 여론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임금이고, 어리석은 군주란 한쪽 말만 듣는 임금입니다” 위증은 또 어느 날 태종에게 이런 고자질을 한다. “백성들 중에 폐하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러자 태종은 태연하게 말한다. “나에게 덕이 있어 비방을 듣는다면 조금도 언짢을 게 없다. 그러나 덕이 없으면서 칭찬을 듣는다면 도리어 그게 탈이 아니겠느냐?”국가의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칭찬에 중심을 잃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질서가 잡힌 나라에서는 발전을 부로 측정하지 않는다. 국민과 지도자의 순결만이 국가의 진정한 재산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순결은 사회 윤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가 강국이 아니라 신뢰가 형성된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보다는 국가 지도자의 청렴 수준이 높을 때 그 나라는 희망이 있는 국가이다. 경제정의란 무엇일까?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쓰이는 사회를 말한다. 돈의 흐름이 투명하지 못하면 그 나라에는 부패의 곰팡이가 자라기 때문이다.

한 나라 때 양진(揚震)은 청렴한 관리였는데 자신에게 뇌물을 바치려는 자들에게 ‘사지(四知)’에 대해 설명하면서 충고하였다고 한다. 즉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는 것이다. 영국 총리를 지냈던 처칠은 ‘과거와 현실이 싸움을 하면 미래가 손해를 본다’고 했다. 한 나라의 잠재력의 힘을 과거사에만 집중하고 오늘을 허술하게 지나치면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 할 수 없다. 우리말에 ‘어지간히 해 두라’라는 표현이 있다. 무엇이든 극한과 막장으로 가는 싸움은 좋지 않다. 전 정부 때 해 놓은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때려 부수는 것은 혹시나 한쪽의 주장만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국력의 낭비가 얼마나 심한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정치가·외교관·작가·발명가로 평가받는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은 우편제도 개혁·미국 철학협회 창설·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설립하고 피뢰침을 발명하고 안경을 제작하고 인쇄기를 개량했다. 그가 피뢰침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출했다가 몽상가라는 조롱만 듣고 말았으며, 논문은 학회 회보에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그가 인쇄소 견습공 시절인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그 집 주인이 일러준 지름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가 막 담을 지나려는데 이웃집 주인이 머리를 숙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 중간에 키 보다 낮은 들보가 가로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그는 들보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이웃집 주인은 프랭클린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친절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머리를 자주 숙이게, 머리를 숙일수록 부딪치는 일이 적어질 걸세.” 이런 일이 있은 후 프랭클린은 평생 겸손을 제1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는 평소 상대를 노하지 않게 하면서 공통의 결론에 도달하는 기술이 뛰어나,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의원들도 그의 ‘회화술’을 배우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만 상대방이 말한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내 의견을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습관화 되면서 과거 50년 간 나의 입에서 단정적인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말솜씨가 없어 언제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꾸물거리곤 했지만 그래도 내 의견은 대부분 통했다” 재벌 총수와 고위 공직자들의 검찰 조사를 지켜보면서 재산과 명예가 없어서 오히려 속 편할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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