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졸업식 노래
진주성-졸업식 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9 15: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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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졸업식 노래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에 외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다. 두 시간의 거리라서 전날 간 것이 아니라 졸업하는 아이의 심경을 읽고 싶어서였다. 3학년 때부터 각처의 글짓기 대회에서 장원 또는 차상, 차하를 줄곧 이어 온 서정적인 아이라서 졸업이라는 작별의 감성을 어떻게 표출할 것인지가 궁금해서였다.

헤어져야할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라도 불이 나게 보낼 줄 알았던 전 날 밤이 평상시와 같았다. 그래도 밤이 이슥하면 무슨 변화가 있겠지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어떤 변화를 기다리다 못해 “채연아 낼 졸업인데 친구들과 영영 헤어질 건데 서운하겠다” 묻는 내가 짠 한데 “그러게요” 뿐이다. 실감이 안 나서 저러겠지 막상 내일 졸업식을 하면 못내 서운해 하겠지 하고 짐작만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입을 옷이 신경이 쓰이는지 엄마를 자주 불렀다. 눈치를 보면서 “옷차림에 신경이 쓰여?” 했더니 “단상에 올라갈 일이 있어서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엄마랑 같이 10시 30분까지만 오셔요” 하고 쪼르르 내뺀다.

서운하기는커녕 명랑하다 못해 맹랑하기까지 하다. 오라는 시각에 갔더니 식전행사라며 재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있고 이어서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교장선생님과 내빈 축사와 졸업장수여 및 시상식을 끝으로 졸업식이 끝나버렸다.

엄숙함도 숙연함도 없이 매일 하는 일상같이 조용하고 담담했다. 각자 자리를 뜨면서 부산스러운 것 말고는 그 어떠한 감정의 표현은 어디에도 없이 맹탕이다. 언제부터인가 졸업식 노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래도 불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하면 여기저기서 마른기침소리가 나고 재학생에 이어서 졸업생들이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터는 졸업생들의 울음바다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선생님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모질게 마음을 가다듬어도 졸업생들은 석별의 정에 목매여 눈물에 젖는다. 언제 불러도 눈물 나는 노래다. 과학과 물질이 앗아간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아줘야 한다. 시대의 변화는 감성의 삭막함을 거부한다. 뜨거운 눈물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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