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가로수 길
도민칼럼-가로수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09 15: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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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가로수 길

아름다운 봄꽃과 푸릇푸릇한 새싹이 피어나는 춘 사월의 풍경을 그 누가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봄 날씨는 온화하고 활기차다. 겨울 내내 길가의 풍경은 삭막하고 가로수의 잎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거리를 걷고 있으면 더욱 쓸쓸하고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도시마다의 특징으로는 강과 산 그리고 거리의 풍경들과 건물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나는 특히 가로수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우리가 도시의 인상 가운데 유독 가로수에 대해 언급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일 보고 숨 쉬는 곳에 항상 가로수가 있으며 그 가로수로 인해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고 살고 있지만 막상 그 존재감을 못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도시의 특징을 말할 때 유구한 건축물은 말을 안 해도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가로수가 될 수도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그렇다.”라고 대답 하는데 주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보아왔고 기억에 많이 남는 가로수 길로는 로마 시가지 변에 있던 길고 둥근 모양의 이탈리아 소나무 길과 파리 상제리제 거리의 고상하고 에로틱한 마로니에 나무들, 지난여름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보았던 갖가지의 가로수와 꽃나무들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주변에도 멋진 가로수길이 많이 있기는 한가에 대한 물음으로 각 도시와 가로수 길에 맞는 수종에 대해 몇 자 적어 본다.

우리나라 제주에는 5,6월에 흰색 꽃으로 피었다가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는 피라칸 사스 길, 하귤나무 길, 벚나무 길, 삼나무와 비자림 길 등이 있으며 그 중 제일 인상에 남는 길은 제주 아라동 부근에 심겨진 구실 잣 밤나무 가로수 길이 있다. 구실 잣 밤나무는 바닷가 쪽에서 잘 크며 6월에 꽃이 피고 잎은 타원형의 아름다운 나무이다. 그밖에도 제주에는 난대성 기후답게 워싱턴 야자수 길과 담팔수 가로수 길 등이 있다. 남부 지방에는 담양의 메타스퀘어 길과 하동 쌍계사로 가는 섬진강 벚꽃 길, 거제 해금강으로 가는 길가의 동백림 가로수 길 등이 인상에 남는다.

이렇듯 어떤 지방이나 지역을 떠 올리면 가로수길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는 그 지역의 기온이나 환경에 잘 맞게 적응 해 왔고 그 중 특색 있는 수종을 잘 골라서 가로수로 선택 되어 관리를 잘하면 그것이 도시의 역사이며 문화적 자원이 되기 때문 일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나 읍들 중에서는 가로수 수종이 은행나무로 심어져 있는 곳이 많은데 이 은행나무는 봄에 화려한 꽃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막아 주는 기능도 못한다. 더군다나 가을에 익는 은행나무 열매는 찻길이나 도로에 떨어지면 역겨운 냄새를 내는 주범 일뿐 아니라 청소를 하는데도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점진적으로 길가의 가로수로는 맞지 않는 수종들은 퇴출시키고 각 도시나 읍에 맞는 수종들로 가로수 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겠다.

우리 주변에는 그 지역에 잘 어울리는 가로수들이 많은데 가로수의 자격이 있는 몇 몇 수종을 골라 보았다. 타원형 잎가지로 5월에 피는 하얀 꽃이 특색이며 다 자라면 20미터까지 되며 천년 넘게 살 수 있는 녹나무와, 남쪽 바닷가에 잘 자라며 5~6월에 황록색 꽃이 피는 후박나무, 관상수나 가로수로 심을 수 있으며 6월에 원뿔 모양의 흰색 꽃송이가 달리는 칠엽수- 일명 마로니에. 1년 중 5월과 8월에 2번 꽃이 피며 잔가지에 피는 하얀 꽃이 일품이며 잎은 바늘같이 가늘며 5미터 까지 자라는 위성류, 중국의 정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7~9월 깔때기 모양의 주홍색 꽃들이 주렁주렁 피어 10미터 정도 까지 자라는 능소화, 남해안과 섬 지방에서 자라며 10~11월에 노란 꽃이 피어 열매는 다음해 가을까지 달려있으며 10미터 까지 자라는 참식나무 등 우리 주변을 면면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가로수들이 참으로 많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목을 정해서 상징으로 삼고 있는 곳도 있는데 가령, 시목이 대추나무라고 하면 가로수 길에 많이 식재하여 도시의 상징으로 되어야 함에도 그 수종이 가로수 감으로는 될 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상징만으로 남는 시목이나 시화 보다는 각 도시 시가지 기능과 역할에 맞는 나무나 꽃을 선택하여 가로수와 시화의 역할을 다 하도록 하여야겠으며 시화로 선택된 꽃은 가로수 아래 여러 꽃들과 함께 식재하여 활기찬 도심과 여유 있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이러한 예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볼 수가 있고 또 가보고 싶은 도시로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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