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굿 이너프 딜’도 ‘조기 수확’도 없다
시론-북핵 ‘굿 이너프 딜’도 ‘조기 수확’도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10 15:1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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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핵 ‘굿 이너프 딜’도 ‘조기 수확’도 없다

북핵 협상은 북한의 약속을 한국이 미국에 보증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출발점은 명백히 비핵화이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의 개념과 방법을 애매모호한 상태로 두면서,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일부 핵시설·장비의 폐기·해체를 살라미 잘라먹듯 흥정하려 한다. 그러나 북한의 생각일 뿐이다. 세계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뿐이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 온건파들은 북핵의 단계적 협상 불가피론을 강조한다.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는 ‘내재적 접근’에 입각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정말 어려울 것이기에 현실을 받아들여 북핵을 용인하되,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돈을 주며 달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심지어 북핵 폐기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북핵 협상은 빅딜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으니, 장기 과정으로 보면서 대북제재부터 풀어 ‘조기 수확’(중간단계 주고받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하게 베풀면 결국에는 북한이 개과천선할 것이라는 이상주의적 논리이다.

그러나 단계적 협상은 불가하다. 북핵 협상은 폐기와 보유의 양자택일 뿐이다. ‘중간단계’는 결과적으로 보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폐기를 원하고 북한은 보유를 원하는데, 힘의 차이가 극명한 양자간에 그 결론은 뻔하다. 어른과 아이라면 생떼 쓰는 아이에게 어른이 선심 쓰듯 줄 수도 있지만, 북핵은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핵보유는 세계 안보질서 와해와 핵전쟁의 위기를 가져오지만, 핵폐기는 한국도 미국도 심지어 그 대가로 경제지원을 받게 될 북한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러하기에 북핵 폐기뿐이고, 이를 위한 빅딜뿐이다. 다만 빅딜 이후에 핵 폐기와 검증, 그리고 보상의 구체적 절차에서는 ‘중간단계’가 있을 수 있다. ‘굿 이너프 딜’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충분히 괜찮은 딜’은 있을 수 없다. 북핵 폐기의 ‘굿딜’ 뿐이다.

4월 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하노이에서 미국이 2개항 요구조건과 3개항 보상내용을 담은 문서를 제안했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한다. 2개 요구는 Δ북한의 핵무기·물질의 미국 반출 및 관련 시설의 완전 해체 등 북핵의 완전한 폐기, Δ북한내 미군 병사 유골 발굴이고, 3개 보상은 한국전쟁 종전선언, 미북 상호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경제지원이다. 다만 미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했을 때”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단계적 폐기와 보상을 의미한다. 결국 ‘완전 폐기 약속의 빅딜’ 이후에 그 절차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북핵 폐기의 빅딜이 전제되지 않는 한 ‘중간단계’는 없다.

또한 시간을 끌 수도 없다. 미북 협상과 남북대화가 진행된 지난 1년 동안에도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해 왔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핵은 더욱 고도화·대량화 될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방치해온 전임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자신은 북핵 폐기를 이루어 낼 것임을 공언했다. 이미 북한에 제시한 빅딜 문서까지 공개되었다. 그런데 2020년 말 대선까지 핵 폐기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사안을 떠벌이기만 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대통령이 되어 재선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까지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물론 핵과 미사일이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한 것이다. 북핵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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