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극단의 시대
아침을 열며-극단의 시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14 15: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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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봅이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다. 21세기는 어떤 시대인가? 21세기는 극단을 극복할 무엇이 돼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아직 적절한 말이 없다. 적절한 말이 있을 법도한데 아직까지도 21세기를 규정하는 말이 없다. 그래서인지 슬프게도 지금 우리는 20세기의 망령이 된 채 양극단의 가장자리에 서서 서로를 향하여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다. 때로는 저주와 증오의 말이 섞이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지독한 빨갱이라 낙인찍혀 왔던 88세의 노령에 든 백기완 선생은 21세기 들어 ‘노나메기’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노나메기 세상’을 꿈꾸며, ‘노나메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나메기’란 말뜻이 마냥 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든 21세기의 한국진보운동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 같아 참신해보이기 조차하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고, 올바로 잘사는 노나메기’란 슬로건이다. 알치게 일하며 잘사는 삶의 원형을 보는 것 같아 살짝 신선하다. 하여 언뜻 보기에도 ‘노나메기’란 단순히 잘사는 놈들 것을 ‘뺏어서 나누어 먹기’식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 주변의 한쪽에서는 이런 한탄의 한숨소리가 매우 헛헛하다. 일은 하지 않고 맨날 뺀질거리고 빈둥거리며 자빠졌던 무능하고 악랄한 게으름뱅이가, 걸핏하면 빨간 머리띠에 섬뜩한 구호를 새겨 넣어 굵은 팔뚝을 휘두르며 큰 목소리를 지르면서 가진 사람들 원망하며 뺏어가려 한다. 지극히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일해서 착실하게 쌓아올린 ‘재산’을 무조건 뺏어가고 갉아 먹으려 한다고 한다. 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회의 저성과와 빈곤현상을 예로 들면서 일하지 않고 먹고 놀기만 하는 무능한 놈팽이들이, 국민을 선동하여 국가 시스템을 장악하고, 제도라는 올가미를 이용하여 열심히 일한 자들의 성과물을 탈취하여 뺏어먹고 있다고 억울해 한다. 특히 강철같이 탄탄한 떼거리조직을 구축한 강성귀족노동세력들은, 그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이라는 막강한 전가의 보검을 휘두르며, 입으로는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실제로는 어디 한 곳 하소연할 데도 없이 눈치코치 보며 살아가는 힘없는 서민들의 입을 틀어 먹아 벙긋하게 하지도 못하게 하면서,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야욕을 채우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하여 선량하고 여리디 여린 백성들은 어디 발붙일 곳도 말붙일 곳도 없다고 하소연 한다. 좌파 빨갱이들이 나라의 권력을 잡으면, 이런 골병드는 현상이 더욱 당연해질 것이기에, 이참에 아예 보따리를 싸서 어디 맘 편하게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는 것이 상책(上策)이라고 확언한다. 우리나라는 빨갱이들의 천지라고 절망한다.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피눈물로 이렇게 절규한다. 불법적이고 잔인한 군사력으로 국가권력을 틀어진 자들이 힘없는 절대다수 국민들을 쥐어짜서 갈취하여 재벌들 배를 불려왔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국가권력도 감히 어쩌지 못하게 커버린 재력가들은 통제 불가능한 재력을 휘두르며 국가사회의 암덩어리가 되었다고 절망한다. 감히 범접할 엄두도 내지 못할 어마어마한 재벌들은 그 난공불락의 재력을 무기삼아 협력업체의 임금을 후려치며,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외쳐댄다. 이런 풍토의 여파로 조금이라도 상대적 우월의 지위에 있는 자들은 그 간교한 술수로써 갑질을 해대며 상대적 약자들의 코 묻은 푼돈을 빨아먹고 있다고 절망한다. 땅을 가진 자들이 땅을 사용하려는 자들의 약한 처지를 교활하게 이용해먹듯,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형태의 우월적 지대권(地代權)을 가진 자들이 그 막강한 지대권을 행사하며 눈만 흘겨도 서러운 이들을 더욱 쓸쓸하고 처량하게 만들고 있다며 통한의 가슴을 친다. 우리 사회는 잔혹한 세력들이 힘없는 약자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절망한다.

이처럼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양극단에 서서 서로를 미워하며 증오하고 있다. 하여 이를 바삐 치유하고 통합하는 데 집중하여도 시원찮을 시국인데도 정치권은 오히려 앞장서서 교묘하게 국민들을 선동하여 이간질하고 있다. 물론 정치란 총성 없는 권력투쟁이고,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기에, 니편 내편갈라 표를 확보하여야 하는 전략이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선의의 통합경쟁이 아닌 악랄한 편싸움으로 판을 키워 나가니 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악다구니를 퍼붓고 있어야 하겠는가? 과연 21세기 우리는 어떤 전설을 이룩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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