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시론-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17 15:2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한국의 ‘굿 이너프 딜’과 ‘조기 수확’ 구상에 대한 미국의 호응은 역시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빅딜’과 ‘대북제재’ 노선을 견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의 요구에 응할 뜻이 없다면서 미국의 자세 전환을 촉구하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게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 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대북제재는 그대로’임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도 북한도 시간을 끌면서 새로운 힘겨루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핵 기정사실화 또는 고도화 대량화의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오지랖’ 운운으로 한국을 압박하며 민족공조를 요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잘 활용하면 대북제재 무력화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볼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급하다 할 수 없다. 북한의 시간 끌기는 북한이 군사도발 등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며, 적어도 내년 11월 대선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그동안 강력한 대북제재 유지 등 최대압박을 계속하면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볼 것이다. 만일 최대압박에 반발하여 북한이 도발하면 미국은 명분을 갖고 응징할 수도 있다.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니, 김정은 위원장은 “1분도 아깝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미국은 시간이 많다고 하고, 북한은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하노이 결렬후 미국도 북한도 시간이 많다고 한다. 도대체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북한은 3월 21일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전후 잿더미도 헤치고 고난의 행군도 해보았지만 현세기의 10년대에 우리가 겪은 난관은 사실상 공화국의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굶어죽고 얼어죽을지언정 버릴 수 없는 것이 민족자존이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내비친 것이지만, 동시에 북한의 경제상황이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시인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무장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과 체제 위협이었다. 그런데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과 대북제재 해제의 맞교환만을 주장했다. 종전선언과 수교 등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 북한은 체제 보장 보다 제재 해제 등 경제 이익만을 중시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대북제재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2018년초 신년사에서 ‘책상위 핵단추’로 큰소리 치던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장에 나오도록 만든 것도 강력한 대북제재였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는 유일한 길이다. 대북제재를 견지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핵폐기는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도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다. ‘굶어죽어도 민족자존’이라지만, 핵무기는 민족자존의 상징일 수 있지만 반드시 ‘굶어 죽는 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이래 “쌀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이 목표이며, “경제발전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핵폐기를 통하여 ‘굶어 죽지 않는 길’을 택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경제대국으로 만들 엄청난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 그래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