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뜬구름’ 잡는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의 통일 역사
도민칼럼-‘뜬구름’ 잡는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의 통일 역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17 15: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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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뜬구름’ 잡는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의 통일 역사

조국수호를 자위하여 그렇게 아우성으로 외쳤지만 월남은 무너지고 말았다. 2010년 사이공이 함락되고 오래 끌었던 전쟁의 포화가 멎어 베트남이 1975년 4월 30일에 통일이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가 되기 전 월남전에 참여하여 전투를 하였던 필자가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저자 반례의 초청을 받고 호찌민 공항에 도착 된 날은 2005년 6월이었다. 그러니까 꼭 30년 만에 공산국가인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다. 이때에 북한은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지가 65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북한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 종전 40년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혈맹으로 맺은 무역이나 군사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년 내내 푸르른 산이 있고 파란 벼가 들녘에서 자라고 그 옆으로 푸르른 강물이 흐르는 뜨거운 햇볕의 나라가 통일의 꿈을 이룬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다른 점은 베트남은 통일이 되었고, 한국과 북한은 아직 평화의 통일이냐 적화 통일이냐 혹은 두 나라로 영원히 존속하느냐 하는 것이 다르다. 서로 다른 국민의 인간성에서 운명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뜬구름’잡는 북미 정상회담이 통일이 된 베트남에서 열렸다. 미국이 베트남에 패배한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정글 때문도, 거미줄처럼 얽힌 땅굴 때문도 아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옳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전쟁에서 승리를 하였다. 베트콩 출신의 작가 반례의 소설에는 미국이 왜, 어떻게 해서 항복을 선언하고 떠났는지 장편 소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전쟁을 몸소 체험했던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패인과 베트남 민족의 숭고한 정신을 되살린 반례의 작품이,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던 구 엔 반봉의 ‘사이공의 흰 옷’,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 등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승과 황천을 오가며 전개하는 색다른 이야기 구조로 여타의 전쟁소설과는 또 다른 묘미를 보여준다. 미국과 한국이 전쟁에 참전하여 서로가 적이었던 때도 있었던 것들도 역사의 적은 뒤로 하고 서로를 칭찬을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보고 정치를 한다. 미국은 철수 단계에서부터 칭찬을 받았다. 베트남은 서로가 과거를 빨리 접고 수교를 하는 것이 미래에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행복해 질 것이라는 것을 빨리 계산한 것이다. 반례는 10년 동안 미국에 대항해서 싸운 저자의 생생한 체험을 토대로 베트남전을 침략자 미국이 아닌, 베트남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를 이어야 할 집안의 종손이자 독자이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원입대, 독자임을 배려한 후방 배속도 마다하고 전선으로 달려 나가는 응웬꾸앙빈을 중심으로 베트남전에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결국 패배하고 철수했던 것은 다만 베트남 사람들이 옳았기 때문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 있게 대응을 할 수가 있었던 착한 마음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보다 백배는 옳고 천배는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가 최후로 내세우는 미덕인 그 잘난 전우애보다 베트남 사람들의 동포애가 만 배는 더 뜨거웠기 때문이다. 어떠한 무기도 인간을 능가할 수 없으며, 어떠한 이념도 인간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례의 소설은 슬프고도 장엄하게 보여준다.

베트남의 시인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및 영화감독인 반례의 장편소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승과 황천을 오가며 전개되는 이 ‘전쟁 소설’에서 반례는 “평화를 원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통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작가의 본명은 ‘레 지 투이’. ‘반례’는 베트남전쟁 중 전선에서 죽어간 친구의 이름이다. 친구 ‘반례’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도 틈만 나면 시집을 읽고 시를 짓던 시인 지망생. 하지만 친구는 죽고, 자신 만이 살아남아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76년 <문예주간>으로 데뷔하자, 시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장에서 죽어간 친구 ‘반례’의 이름으로 계속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전쟁은 자애가 없지. 전쟁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괴물과 같은 것이니까. 그것은 세상, 인류 전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 전쟁에서 ‘뜬구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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