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진주 한 아파트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어제 새벽 진주 한 아파트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 김상목기자
  • 승인 2019.04.17 19:3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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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좌동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5명·부상 13명 참극 발생
40대 조현병 환자 자신의 집 불지르고 흉기 마구 휘둘러
경찰 최근 수사서 조현병 파악 못해 사건 못막아 지적도
▲ 17일 오후 진주 가좌동 아파트 방화 난동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혁신도시내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조문을 받고 있다. 이용규기자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調絃病) 병력이 있는 40대 남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오전 4시 29분께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안모(42)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안씨는 이후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준비해둔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흉기 난동으로 70대 남성 1명, 60대·50대 여성 각 1명, 19세·12세 여학생 등 주민 5명이 숨졌다. 3명은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었다. 8명은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를 마셨거나, 별다른 부상은 없지만, 충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소란을 듣고 잠에서 깬 다른 주민 다수가 공포에 떨며 옥상 등으로 대피해 화를 면했다.

당시 112 등에는 “흉기로 사람을 찌른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등 신고가 잇따랐다.

안씨 집에 난 불은 집 내부를 모두 태우고 복도 20㎡를 그을린 뒤 소방당국에 의해 20여분 만에 모두 꺼졌다.

경찰 수사결과 범인 안씨는 수년 전부터 정신병을 앓으며 수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 씨는 최근 경찰에서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경찰은 안 씨의 조현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조사를 한 후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안 씨의 재물손괴 경위와 정신병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10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 달간 공주에 있는 치료감호소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다. 경찰이 당시 판결문을 확인해보니 안씨는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보호 관찰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안씨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정신병력으로 치료받은 진료기록도 입수했다. 당시 이 병원은 안씨에게 상세 불명의 정신분열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또 안씨가 2011년부터 정신분열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다는 문서도 확보했다.

경찰은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가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 범행에 나서 충격이 큰 만큼 피해자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에는 경남경찰청 피해자 보호팀 7명과 진주 및 인근 경찰서 전문상담관 23명을 투입했다.

한편 숨진 5명의 희생자는 혁신도시내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진주시는 유족들과 협의해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진주경찰서장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려 범행 경위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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