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자
아침을 열며-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18 16: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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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자

우리네 삶의 특징은 고독과 함께 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이 무리지어 반짝여서 서로들 간은 아주 가깝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 별들 사이의 거리는 몇 광년을 가도 모자랄 정도로 먼 별들도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참으로 고독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사람은 누구나 이 지구에 이 땅에 홀로 왔다가 홀로 간다. 다 아시다시피 생명탄생에서부터 외로운 여정이다. 누구나 그렇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가 우주공간에 외롭게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건 노인이건 부자건 행려자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직위가 높거나 낮건 간에 사람이면 불현듯 닥치는 외로움이 늘 있다. 이 외로움 즉 고독이 바로 일상적 용어로는 ‘심심이’이다. 심심풀이를 위해 우리는 오락을 하고 전화를 하고 산을 오르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술, 마약, 게임 등에 빠지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기 뇌를 괴롭히고 마음에 상처를 주다 우울증에 빠지고 자포자기한 채로 살아가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이 고독의 실체를 알고 삶의 본질을 뚫어지게 살펴보며 하루하루 보람차게 일상을 당당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은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의식의 각성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그러한 각성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성숙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삶을 선택하고 내면의 기쁨을 얻는다. 우리는 그러한 기쁨을 영적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모두는 영, 혼, 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그러한 기쁨을 누릴 인자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잘 교육받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본질에 관한 외로움을 어떻게 승화시키느냐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남아도는 체력과 시간 공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쓰느냐 하는 것이다. 보다 윤기 있게 말하면 인생이란 결국 외로움을 뛰어넘어 변치 않는 자유와 진리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것은 깨달음에 대한 인간의 갈구이고 그 깨달음으로 마침내 외로움은 더 이상 어두움과 외로움이 아닌 찬란한 고독이 된다. 그 찬란한 고독은 밤하늘의 별들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별들은 오로지 빛나기 위해서 저렇게 존재한다. 그렇게 존재함으로써 오늘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는 거룩함이 함께 배어 나온다. 아주 큰 나무의 맨 꼭대기에 있는 나뭇잎을 본 적이 있는가. 외롭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강한 바람과 햇빛을 맞으면서 고독하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룩한 것은 고독에서 시작한다. 하니 홀로 남겨 줬다고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물론 깨닫지 못한 외로움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 하지만 고독과 용기 있게 대면한 사람은 인생의 참 의미와 혜안이 열려 찬란한 빛과 마음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런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우리 모두는 세월에 따라 나이를 먹는다. 노년은 그러한 혜안을 가질 수 있는 적기이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한다. 그것은 삶이 고독하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의 눈은 사람과 세상을 보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자연과 이치를 보고 있기에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얼굴에 주름은 있지만 표정은 늘 여유 있고 밝다. 그런 깨달은 노인이 우리는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얼이 커서 신처럼 되신 분이라는 뜻이다. 공자가 나이 50에 지천명이라고 했듯이 노년이 되면 하늘을 보고 가야 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땅은 두발로 힘차게 걸으면서 사람과 세상을 포용하고 완성을 향해 뚜벅뚜벅하는 것이다. 완성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 찬란한 고독은 언제 찾아오는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고요한 숲길을 걸을 때 지는 석양을 그윽이 바라볼 때 홀로 명상하고 수행할 때 바로 그러한 때 혼자이지만 모든 것과 연결되는 순간이 다가온다. 모든 에너지가 자기를 감싸고 몰입하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소름이 돋으며 청량감과 함께 순간적으로 환희심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찬란한 고독이며 이는 마음이 지극히 순수할 때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우리 안에 근원적인 외로움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을 겸손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그 외로움은 결코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그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밤을 새워 술을 마신다고 해서 오락에 빠진다고 해서 취미에 몰입한다고 해서 여럿이 모여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그 고독이 달아나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찬란한 고독 속에서 완전히 하나 되는 기쁨을 누리는 방법은 에너지를 아는 것이다. 즉 기운을 알아야 한다. 기운을 알아야 기색이 좋아지고 기력이 나아지며 기운차게 일상을 지낼 수가 있다. 우리의 영혼은 기운 속에서 잠자고 있다. 잠자는 영혼을 기운으로 일깨워 신성과 하나 됨으로 해서 그 외로움은 채워진다. 그래서 외로움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아주 좋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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