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봄, 함안에서 한가로이 노닐어 볼까
무르익은 봄, 함안에서 한가로이 노닐어 볼까
  • 김영찬기자
  • 승인 2019.04.18 18:5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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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함안아라문화제 26~28일 개최
함주공원 일원서 문화·민속·체험 다채
이색적인 전통 불꽃축제 ‘함안낙화놀이’
내달 12일 무진정에서 화려한 봄밤 선사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 ‘함안낙화놀이’는 매년 4월 초파일 함안 무진정에서 열린다.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 ‘함안낙화놀이’는 매년 4월 초파일 함안 무진정에서 열린다.

축제의 함성처럼 일제히 꽃망울이 터진 봄, 가는 곳마다 색색의 꽃내음이 가득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계절, 남다른 추억으로 봄을 채색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함안으로 떠나보자.


◆베일에 싸인 신비의 아라가야를 만나다!…‘제32회 함안아라문화제’
봄나들이 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함안군의 대표적인 지역문화축제 ‘제32회 함안아라문화제’가 오는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함안공설운동장·함주공원 일원에서 ‘함안으로의 초대, 다시 열리는 아라가야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개최된다.

아라문화제는 아라가야의 고도(古都)라는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내실 있게 마련한 문화·민속·체험행사 중심의 참여형 축제이다.

함안 낙화놀이
함안 낙화놀이

특히 올해에는 함주공원 입구에 망루를 설치하여 아라대왕 길을 조성하고 아라가야 문양을 활용한 조명 및 깃발을 설치하는 등 함주공원 일대를 아라가야 왕성으로 디자인하여 관람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아라가야의 혼! 아라가야 고취대 공연’을 비롯한 아라대왕 등극 및 천신제 재현, 아라대왕 행차, 아라가야역사문화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준비했다.

개막일에 열리는 ‘함안처녀뱃사공 전국가요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 치열한 예선을 거친 실력파 가수지망생들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기량을 겨룬다. 특히 초대가수로 청하, 박미경, 강진, 진시몬 등이 출연해 축제의 열기를 한층 더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아라문화제 기간동안 함주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또 다른 축제, ‘함안수박 축제’도 색다른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수박산업 특구지역’에 걸맞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수박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 특판 행사 등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함안의 명소 이수정에서 낙화놀이 재현
함안의 명소 이수정에서 낙화놀이 재현

1500여 년 전 찬란했던 아라가야의 문화유적·유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함안에서는 축제와 함께 역사문화 유적지를 함께 둘러보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함안의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함안박물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 ‘함안말이산고분군’을 찾는다면 축제의 장과는 다른 정적인 감동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함안의 봄, 수백만 송이 불꽃에 물들다…‘함안 낙화놀이’
매해 늦봄 석가탄신일이면 경남 함안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불꽃 축제가 열린다. 함안의 봄밤을 수놓는 불꽃은 흔히 우리가 접해오던 형형색색 화려한 불꽃놀이와는 다르다. 예부터 전래되어 오는 우리 고유의 불꽃놀이가 궁금하다면 사월 초파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에서 열리는 ‘함안 낙화놀이’를 찾아가보자.

함안 낙화놀이는 숯과 한지를 꼬아 만든 수천 개의 낙화봉을 공중에 매달아 불을 붙이면 타들어가는 숯가루가 빛을 발하며 연못 위에 떨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함안만의 독특한 낙화놀이로 조선시대부터 계속 이어져 오다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따라 중단된 것을 1985년에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과 더불어 조선 고종 때 오횡묵 함안군수가 펴낸 함안총쇄록의 문헌기록을 바탕으로 2008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 ‘함안낙화놀이’로 지정된 바 있다.

함안 화천농악 시연
함안 화천농악 시연

함안 낙화놀이는 낮시간 동안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식전행사로 흥을 돋우고 함안군수가 헌관으로 참여하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개막식을 가진다. 사위가 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30여 분간 낙화놀이의 점화가 이어지며 이후 낙화가 끝날 때까지 민요창, 가야금 연주, 국악가수 초청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더해지면서 흩날리는 불꽃의 장관과 함께 낭만으로 가득한 봄밤을 만날 수 있다.

90여 분간 진행되는 낙화는 조용히 떨어지다가도 우수수 떨어지기도 하며 바람에 줄이 일렁일 때는 수백만 개의 불꽃이 연못을 가득 메우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해 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낙화놀이의 인기는 과거의 문헌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1889년 4월부터 1893년 2월까지 근무한 오횡묵 함안군수가 일기체로 기록한 함안총쇄록에 의하면 당시 함안군 전체에 낙화놀이가 행해지고 산 위에서 구경할 정도로 대규모였다고 한다.

함안아라문화제 아라대왕 등극 및 천신제 재현
함안아라문화제 아라대왕 등극 및 천신제 재현

1976년 12월 20일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158호로 지정된 무진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취가 뛰어난데 고요한 연못과 잘 가꿔진 정원을 거닐다보면 시나브로 마음이 정갈해진다. 무진정은 조선시대의 문신 무진(無盡) 조삼(趙參)이 기거하던 곳으로 가야읍에서 서쪽으로 3km 떨어진 가야읍과 함안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1567년(명종 22)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이곳 연못가에 정자를 건립하고 그의 호를 따서 무진정이라 하였다. ‘무진정’이라는 편액과 정기(亭記)는 주세붕이 쓴 글씨로 추정된다. 현재의 건물은 1929년 4월에 세운 것으로 기둥 위에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물 없이 단순 소박하게 꾸민 팔각지붕의 건물로 조선 초기의 정자형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함안낙화놀이를 보러오면 무진정을 둘러싼 신록과 달빛, 봄밤의 정취, 여기에 수천송이의 불꽃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세상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함안 무진정에서 가족과 함께 지는 봄의 아쉬움을 추억으로 달래보는 것으로 또 다른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찬기자

함안아라문화제 특별주제공연 ‘아라가야의 혼! 아라가야 고취대’ 모습
함안아라문화제 특별주제공연 ‘아라가야의 혼! 아라가야 고취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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