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노납이 경로잔치를 여는 이유
진주성-노납이 경로잔치를 여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1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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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노납이 경로잔치를 여는 이유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 만질수도 잡을수도 없다고 했던가. 이팔청춘이 엊그제 같지만 어느새 황혼에 접어드는 노납을 보면서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悔恨)만이 가득하다. 외로움 속에서 늙으만 가는 어르신들을 보노라면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지금 어르신들은 배고픔을 참으며 궂은 일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으로 오늘날 경제부국을 이루신 주역들이지만 마땅한 대우는 커녕 소외된 채 살아가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는 경로효친 정신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르신들은 뒷전이고 아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어르신 생신은 조촐하게 가족끼리 보내면서 아이 생일에는 친구들을 초청해 근사하게 치른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어르신들은 불행하고 불쌍하다는 자조와 한탄이 쏟아진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의 희생은 잊어 버리고 자신들이 노력해서 잘살게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핵가족 문화의 확산으로 어르신들을 등한시하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로 치닫는 핵가족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은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대접을 못받는 것은 고사하고 학대 당하고 젊은세대로부터 '짐짝' 취급을 당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오죽하면 ‘현대판 고려장’ 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갖은 고생을 다해서 잘살게 해놓았더니 어르신들의 희생은 외면하고 아이들만 소중하게 챙기는 것이 지금의 세태이다. 어르신들이 푸대접을 받는 것은 우리 고유의 가장 큰 덕목인 경로효친 정신이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로효친은 우리가 자랑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 덕목이었다. 효친이란 '제 어버이를 공경하고 떠받드는 것'을 말하고, 경로란 '이러한 효친의 마음을 이웃 어른이나 노인들에게까지 확대한 것'을 말한다.

경로효친의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은 인성을 제대로 갖춘 사람으로 자신과 가정의 행복은 물론이고 우리 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작은 생명과 소중한 자연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은 효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결국 경로효친 정신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타인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밀알이다.

노납은 어르신들이 푸대접을 받는 현상을 안타깝게 여겨 지금부터 30여년부터 지금까지 연례행사로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그동안 경로잔치에는 3만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여했고 경비만도 6억여원에 달하지만 후원금 없이 행사를 치러 사찰 수입의 사회환원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 경로잔치는 모레(4월26일 수 12시) 진주 신안동 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여래사 신도회와 불국정토회, 삼보회 및 사회봉사회, 진주불교청년회, 개인택시불자회 회원 들의 도움으로 마련한다. 각박한 세태에 움츠린 어르신들 모두 오셔서 이날 하루만이라도 번뇌망상 모두 잊고 즐거운 시간 갖기를 두손 모아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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