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자신을 알아야
아침을 열며-골프, 자신을 알아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1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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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자신을 알아야

골프의 계절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잔디는 벌써 파릇함을 뽐내고 주변의 꽃과 나무들은 이구동성으로 골프의 계절임을 알리고 있다. 날씨 또한 싱그럽기 그지없고, 꽃가루나 미세먼지도 아직은 방해꾼이 아님을 온 몸으로 느낀다. 정말 멋진 봄날이라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까운 계절이다. 이토록 멋진 계절에 골프를 통한 필드(field)를 경험한다는 것은 골퍼(golfer)의 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고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더 마음속에든 사진 속에든 담아낼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이 좋은 시절에도 필드만 가면 골프가 힘드니! 골프가 잘 안되니! 어제 술을 많이 먹었다느니! 컨디션이 안 좋다느니! 잠을 못 잤다는 등 온갖 기운 빠지는 소리를 다 듣는다. 심지어 들어달라고 읍소(泣訴)까지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미리 정해진 날짜에 동의를 구해서 필드에 나왔다면 상대방을 기운 빠지게 하고, 자신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언어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골프 매너(manner: 예절)일 것이다. 더구나 이런 얘기는 자신의 위안은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동반자들은 고역임을 알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그 당사자가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동반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어느 정도라도 보상해 줄 리는 만무(萬無)하지 않겠는가!

즈음해서 최근 지인을 통해 만난 좋은 동반자의 경험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분은 중등 교장으로 퇴임하신 분인데 깜짝 놀랄 정도의 골프 실력을 갖춘 고수였다. 골프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불리한 경우가 없다. 왜냐하면 나이에 맞게, 실력에 맞게 핸디캡(handicap: 개인 간에 불리하지 않도록 타수(stroke)나 티 박스(tee box) 그리고 내기(bet)의 경우 판돈을 타수의 차이만큼 더 줌이 적용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동일한 선상에서 시작된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이 핸디캡은 하수보다 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첫 만남의 라운드(round)라 내기도 없이 시작되었다. 전반 9홀을 돌고나니 이 동반자의 타수가 36타(even par)! 정말 놀라운 점수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라운드에서 퇴직하신 특히,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잘 치실 줄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동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후반 9홀에서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싱글(single: 79타 이내)을 치고 마무리를 지었다. 라운드 중간 중간 이 분이 들려주는 얘기의 핵심은 ‘너 자신을 알라’였다. 그 옛날 그리스의 유명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가 말했던 바로 그 표현인 것이다. 물론 속 내용의 상황은 좀 다르지만 이 분이 들려주는 얘기가 서두(序頭)에서 언급했던 골프가 어려운 얘기에 대한 일말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 분의 체격은 다른 사람의 비해서 좀 왜소한 편이라 드라이버(drive) 비거리가 적게 나간다. 실제로 정상적인 티 박스에서 드라이버를 쳤을 때 남게 되는 두 번째 샷(second shot)은 대개 150~170m 이상이다. 다른 동반자들의 130~140m에 비하면 무려 3클럽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물리적인 불리함에도 전반 36타는 매우 경이적인 점수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이 궁금해서 여쭤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샷의 남은 거리를 위해서 유틸리티(utility)를 누구보다 열심히 단련을 시켜놓은 것이다. 심지어 3번 우드(wood)도 아이언(iron) 치는 것처럼 쳐서 그린(green)에 올리거나 그린 근처에 갖다 놓는 것이다. 그런 후 어프로치(approach)나 퍼팅(putting)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다. 정말 드라이버 비거리의 약점을 유틸리티, 어프로치 및 퍼팅으로 극복하여 타수를 지켜내는 기막힌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골프는 나이든 사람이 잘 칠 때 더 멋지게 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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