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재단비리 여파로 벼랑위기 몰린 한국국제대
재정위기 재단비리 여파로 벼랑위기 몰린 한국국제대
  • 최원기자
  • 승인 2019.04.22 17:4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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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위기 직면
입학생 대폭 감소·국가장학금 중단 등
학생 등 비리사학 퇴출·학교 정상화 촉구
공동투쟁위 교육부·감사원 감사 청구
한국국제대 대책위원회가 대내외적으로 학교법인인 일선학원 퇴진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
한국국제대 대책위원회가 대내외적으로 학교법인인 일선학원 퇴진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

한국국제대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국국제대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퇴출 등급에 속하는 D등급을 받아 정부 지원금 축소 및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에 따른 재정 악화 등으로 폐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교수·교직원 등이 학교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기 시작하면서 한국국제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국제대 교수 및 학생, 교직원들로 형성된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진주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일선학원 퇴출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달 초부터 한국국제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대의원회, 민노총 직원조합 등이 재단 퇴출과 교육부 감사를 촉구하는 대내외 투쟁을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법인인 일선학원이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한국국제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 투쟁위원회’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국제대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는 학교법인 일선학원에 대한 종합 감사를 실시하고 비리재단을 즉각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강경모 이사장이 교비횡령, 불법 교수채용, 금품수수, 등으로 대학의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그동안 불법행위를 자행한 일선학원 재단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재단 이사장의 횡령 및 비리로 대학이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으며 교직원들의 임금이 5개월이나 체납되는 등 재정난의 영향으로 지역 대학 중 이미 경쟁력을 잃어 신입생 모집도 어려운 지경이고 재학생들의 학습권 박탈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게다가 이사회는 일방적으로 학과 모집정지와 폐과를 통보하고 교원들에 대해 불법적인 면직처리를 감행하고 모집이 정지된 학과의 전공과목을 폐강시켰다고 주장했다. 공동투쟁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국제대는 더 이상 정상적인 대학 운영을 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동투쟁위는 교육부와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다고 한다.

한국국제대 교수 및 학생, 교직원들로 형성된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진주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일선학원 퇴출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한국국제대 교수 및 학생, 교직원들로 형성된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진주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일선학원 퇴출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 한국국제대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Ⅱ으로 분류돼 정원 축소 조처를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정부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이 사실상 완전히 끊기게 됐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가 되면 정부재정지원사업 중 기존 수행사업 지원이 제한된다.

신규 신청 및 지원 제한을 받게 되며 국가장학금도 재학생은 지속해서 지원되지만, 신·편입생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학자금 대출 또한 100% 제한된다. 이후 입학정원 35%이상 감축 권고 조처를 수용한 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되어 2020년 보완평가를 통해 21년 해제가 결정된다. 대학이 받은 타격의 여파는 상당했다. 신입생 모집은 물론이고 취업, 지명도, 대외평판도 등의 자체 평가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비리 여부와 관계없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문제의 대학’이 돼 버리는 인식 자체가 대학의 고충을 더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진실과 관계없이 언론에 한 번 보도되면 타격이 크고, 부정비리 관계자들을 척결한 후에도 해당 대학의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대학은 강경모 이사장 등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대학의 ‘역량’을 진단한 게 아니라 경영자의 개인비리에 점수를 매겨 대학에 불이익을 주면서 학생, 교수, 교직원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 학교 구성원들의 판단이다.

한국국제대 본부 건물 내부 전경
한국국제대 본부 건물 내부 전경

◆잇단 재단 비리 = 1977년 10월 설립된 학교법인 일선학원에 의해 1978년 진주 여자 실업전문학교로 개교한 국제대는 강경모 이사장이 국제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증 교수채용비리, 교비 횡령 등의 물의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07년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와 기본재산인 임대보증금 횡령이 적발되기도 했으며, 지난 2017년 11월 교수채용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협의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추징금 4000만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처럼 비리를 저지른 이사장은 투쟁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다시금 선임을 허가받았다. 올해 역량진단에서 그간 이사회의 형사비리에 벌점을 주는 규정에 걸려 애초 역량 강화대학에서 제정지원제한대학으로 추락했다.

일선학원은 “노동조합원의 교비 횡령과 허위 근무성적 부여, 대학 대외비 문서 외부 유출 등 일탈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시 관용 없이 처리하겠다”면서 “대학 현안에 대한 모든 원인과 책임을 오직 법인으로만 전가하며, 자구 노력 없이 법인의 지원과 퇴진을 주장하는 일부 교직원의 야만적 행동에 법인은 우려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공동투쟁위의 대학 정상화 요구 = 지난 11일 오전 8시 30분부터 한국국제대 학생 100여명은 일선재단 퇴진과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며 대학본부를 점거해 약 2시간 동안 점거 농성을 벌였다. 학생들은 한때 본관 출입문을 잠그고 대치하기도 했으나 총학생회와 재단 측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출입문 봉쇄와 농성을 일단 풀었지만 오후 7시부터 학생 수백명이 집결해 대학 본관과 캠퍼스를 돌며 학습권 침해를 비판하고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총학생회는 “비리재단 사죄와 경영권 포기 등 현안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재단 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응답이 없어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했다”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들이 이사장, 총장 등의 비리에 맞서 적극 노력했지만 결국 ‘대학평가’에서 벌점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되어 이젠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상황까지 악화돼 안타깝다”라고 호소했다.

한국국제대는 현재 25개 학과(일부 폐과)에 280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 계약직을 포함한 교수·직원 210여명은 5개월째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 대학 운영은 학교법인 사무국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직원 급여는 경영난 악화로 2017년 초부터 불안정하게 지급되고 있으며, 현재는 교직원 임금이 50%만 지급되고 방학기간에 나머지가 지급되고 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올해 신입생부터 국가장학금이 중단된다고 들었다”면서 불안감과 걱정을 내비쳤다.

이 대학 4학년 모 학생은 “우리는 졸업반이라 자격증을 딴 뒤에 취업하면 되지만 후배와 신입생들이 취업 등에 피해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식품영양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이 학교는 19년 식품영양학과가 재학생 자격증 취득률 90%로 전국 평균 합격률(69.8%) 대비 높아 경남 지역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는 학과로 평가받는데 앞으로 재정이 더욱 더 악화된다면 경쟁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올해 입학한 한 신입생은 “창원에서 왔다”면서 “학과 취업률도 높다고 해서 지원해 왔는데 내년부터 국가장학금을 못 받을 정도로 학교가 어렵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대 본부 로비 전경
한국국제대 본부 로비 전경

이 대학 한 조교는 “재정지원제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미 모두 공지했고,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언론의 관심이 학생들을 더 불안하게 할까 봐 걱정”이라며 인터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국제대의 2018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수시 816명 모집에 522명, 정시 272명 모집에 79명, 추가모집 211명 모집에 58명이 지원했다. 전년대비 각각 18%, 53.2%, 59%가 감소했다. 지난해 입학정원률 95%에서 19년 현재 입학정원률은 40% 큰 폭으로 감소해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국제대는 15년간 학생뿐 아니라 야간 수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을 담당하는 등 지역사회의 한 축을 이뤄 왔다”면서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차례 의혹을 제기해 감사요청을 했지만 그간 묵살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리 대학’이 ‘부실 대학’이 되기까지, 교육부의 탓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리 재단의 이사회 복귀를 방조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비리 사학에 대한 교육부의 감독은 부실했으며,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리 사학의 경우 비리 이사들의 퇴출과 함께 교원 인건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투명성을 확보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학구성원들의 감시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부정 비리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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