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보수 세력 궤멸 수순?
강남훈 칼럼-보수 세력 궤멸 수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6 09: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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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 ·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보수 세력 궤멸 수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내 최다선인 7선(選) 의원이다. 지난 88년 서울 관악구에 출마(평민당)해 당선된 후 내리 5선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충남 청양출생인 그는 이후 세종특별자치시로 지역구를 옮겨 19대, 20대 연거푸 당선됐다. 특히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2017년 대선 때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20년 집권’을 주장했고 올해 초에는 ‘100년 집권’까지 이야기 했다. 직설화법을 즐겨 쓰는 그는 민주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내년 총선을 향한 행보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에는 내년 총선 목표로 260석을 거론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위원장 총회에서 “125명의 원외지역위원장이 모두 내년에 당선되면 240석이 된다”며 “240석을 목표로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지역기반이 좋아져서 충분히 꿈꿔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定數)는 300석이고, 민주당의 의석수는 비례대표 13석을 포함해 128석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금보다 의석수를 두 배 가량 늘려 절대 다수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260석을 확보하면 전체 의석의 86.6%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일반 입법은 물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능한 개헌(改憲)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제헌 의회 이후 제1당이 이 정도 의석을 확보한 적은 없었다. 한 야당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80석을 자신하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파동’을 겪다가 122석에 그쳐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게 원내 1당 자리를 내어 주었다.
이 대표의 말대로 민주당은 빠르게 내년 총선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9~11월에 열었던 시·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올해는 2~4월로 앞당겨 지난 17일 마무리했다.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가장 먼저 예산정책협의회를 여는 등 17개 시·도 간 협의회의 순서도 정치적으로 안배했다. 전체 17개 시·도가 민주당에 지원 요청한 사업은 410개 사업에 134조 3497억원이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시·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경우 중앙정부가 당장 내년에 추가로 부담해야할 예산은 8조 5644억원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시·도의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에는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들과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했다. 역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발 빠른 움직임이다. 이번 여야 4당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이끈 ‘탄핵연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좌파독재 플랜 실현’, ‘무소불위 좌파 대통령’, ‘문재인 정권 독재트랙’ 등 극렬하게 비난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17년 4월30일 대선 지원유세(공주)에서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潰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가 얘기했던 내년 총선 목표 ‘260석’ 발언이나 ‘100년 집권’, 그리고 각 시·도를 돌며 열었던 예산정책협의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 등이 ‘보수 세력 궤멸’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온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선거란 국민의 표(票)로서 모든 게 결정 된다. 그가 말한 보수 세력 궤멸 여부는 결국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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