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불교계를 위한 고언(苦言)
진주성-불교계를 위한 고언(苦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8 15: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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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불교계를 위한 고언(苦言)

최근들어 불교계 안팎에서 우리 불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스님과 신도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종단의 불협화음으로 불교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와 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계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불교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교의 근본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보시가 근본이념이다. 보시는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푸는 것이다. 보시는 정신적인 것도 있고 물질적인 것도 있는데 내가 남에게 혜택을 받는 것 만큼 베푸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조건없이 베푸는 것이 진정한 보시이다.

그러나 불교는 베풂에 인색하다. 베푸는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도 베풂에 인색하다 보니 불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봉사도 베풂의 하나이지만 불교계가 가장 등한시하는 것이 사회봉사이다. 사회봉사는 종교단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교계는 다른 종교에 비해 사화봉사 활동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스님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우리 불교계의 걱정거리이다. 절을 지켜야 할 스님들이 줄다 보니 불교의 세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종단에서 고육지책으로 스님 모집공고까지 내는 아이디어까지 동원했지만 별무소득이다. 너무 엄격한 계율도 문제지만 불교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같지 않다보니 스님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불교계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사찰 입장료 징수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님이 줄다 보니 포교활동도 위축되면서 신도수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과거 젊은 스님들과 법사들을 중심으로 각 고교와 대학에서 불교학생회가 활발한 활동을 했다.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불교계를 지탱하는 인재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불교학생회 활동이 많이 위축되면서 젊은 불교도 찾기가 어려워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가 살아 나려면 포교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젊은 신도들을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불교계의 현실은 스님들이 주지 발령받아 나가면 절 크게 짓고 공사 크게 해서 외형적인 것만 쫓아 가는 형편이다. 큰 절에 가보면 외형만 화려하고 절에 스님이 없다. 결국 사람을 위해 쓰여질 돈이 절집의 화려하고 외형적인 치장에만 흘러가니 잘못된 것이다. 절 규모를 키우지 않더라도 사회봉사에 관심을 가져아 하는 것이 우리 불교가 가야 할 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보편타당하고, 과학적이고 추증적인 우주만유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어서 세상에 그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도 수승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게다가 천 년이 넘게 우리의 정신과 삶의 바탕이 되었던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적인 전통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비교우위의 자산이다. 우리 불교계가 대오각성해 앞서 열거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다시한번 찬란한 불교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고언을 드린다. 물론 '당신은 중질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기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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