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지(三知)
칼럼-삼지(三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9 15: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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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삼지(三知)

위나라 시대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사당에 가서 소원을 빌었다. 아내의 소원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를 편하게 살게 해 주시고 삼베 백 필만 얻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아내의 기도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기왕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할 것이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크게 빌어야지, 하필 삼베 백 필이 뭔가?” 이 말을 듣고 아내는 남편을 쳐다보며 쏘아대듯 대꾸했다. “그보다 더 많이 부자가 되면 당신이 첩을 들일 테니까요”부인은 삼베 백 필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삼베가 백 필 이상으로 많이 생겨서 돈이 많아지면 남편은 한눈을 팔게 되어 바람을 필 수 있는 위험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즉 분수를 지키지 않고 무턱대고 부자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삶의 방식에서 절제하는 것은 이래서 중요하다. 뭐든지 지나치면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분수에 맞는 생활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자님의 가르침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친 밥을 먹으면 물 한 그릇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더라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 정당하지 않은 부유함과 귀함은 나에게는 본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고 했다. 이 세상에는 하늘의 구름을 잡으려고 헛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당한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재산을 감당할 그릇이 되지 않으면 금덩이라 할지라도 화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신과 유방은 장량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한신은 초나라 왕으로 임명되지만 황제 유방에게 정치적인 견제를 당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장량은 공을 세운 뒤 관직을 반납하고 재빨리 장가게로 몸을 숨겼기 때문에 일신의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장량은 ‘공(功)을 이루었으면 몸을 뒤로 빼야 한다’는 교훈을 세상에 남겼다.

우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사자와 나귀, 그리고 여우가 함께 사냥을 나갔다. 그날 사냥한 것을 사자가 나귀에게 나누어 보라고 했다. 나귀는 셋이 함께 사냥을 했으므로 똑같이 나누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공평하게 삼등분하였다. 그런데 사자는 화가 나서 나귀를 잡아먹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여우에게 다시 나누어 보라고 했다. 여우는 자신의 몫으로 아주 조금 남겨 놓고 몽땅 사자에게 돌렸다. 사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아주 좋아! 그런데 누가 이런 걸 가르쳐 주던가?” 여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죽은 나귀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예쁜 꽃을 따 모으기에 오로지 마음이 빠진 사람은 그 욕심 다 채우기도 전에 몸은 어느새 시들고 만다’라고 했으며, 총 자산가치가 4000억 루피에 이르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6백 만 명에 이른다는 인도의 영적인 지도자 사이바바(1926~2011)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시대의 죄악 가운데 무슨 죄가 제일 크겠는가? 그것은 돈을 잘못 쓰는 데 있다”고 했다. 재물을 모으기에 정신없는 사람은 그 욕심을 다 채우기도 전에 꽃이 시들 듯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 돈을 얼마만큼만 모으리라, 어느 지위까지는 꼭 올라가리라, 이것만 하고 그만두리라, 이렇게 하다가 그 뜻을 이루기도 전에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중생들의 삶이다. 인생의 삶이란 무엇이든 그만 둘 때가 삶의 포인트다.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말이다.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한학자로 유명했던 산암(汕巖) 변시연(邊時淵: 1922~2006) 선생은 일찍이 ‘삼지(三知)’의 철학을 강조했다.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 분수를 아는 지분(知分), 그만둘 때를 아는 지지(知止)이다. 우리 인생에서 성공의 정상이 있다면 그 다음은 내리막이라는 것을 알아야 망신이나 화를 당하지 않는다. 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시내 변두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개발의 바람이 그곳까지 불어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하던 거금을 손에 쥐자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어 몸을 함부로 하다가 얼마 전 제법 창창한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스페인의 풍자(諷刺)소설가 세르반테스(1547~1616)의 묘비명이 감동이다. 미쳐서 살다가 정신이 들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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