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러시아도 북한 편이 아니다
시론-러시아도 북한 편이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1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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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러시아도 북한 편이 아니다

4월 25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톡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지만, 러북 정상회담은 합의도 공동성명도 없이 끝났다. 언론에서 북한의 성과로 거론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체제보장’과 6자회담 언급이다. 러시아는 북핵 협상에 관여하고 싶어 하기에 러시아가 포함된 국제적 ‘체제보장’과 6자회담을 말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장으로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일대사건을 만들었는데 스스로 6분의 1로 축소시킬 까닭이 없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끼워주고 싶지 않다. 일본은 말할 나위 없고, ‘오지랖’ 한국은 ‘민족공조의 당사자’라면 몰라도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리고 중국으로 서둘러 떠났고, 김정은 위원장은 8년만에 러북 정상회담을 가졌다는데 그 의미를 찾았을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북관계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대북제재의 숨통을 열어주길 기대하지만 러시아는 북한 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 북한의 핵보유와 미국의 핵폐기가 부딪히고 있어 북한 편들기는 미국과의 대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하여 시리아, 베네수엘라, 수단 등에서 고위험 고수익의 ‘분쟁 비즈니스’를 벌여 왔다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얻을 실익이 없다. 지금 북한은 김일성시대와 달리 러시아의 손안에 없고 탐을 내도 얻을 수 없다.

둘째, 국내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장관급 중앙부처인 ‘극동개발부’를 설치하였다.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을 블라디보스톡까지 연결하고 한국-일본-중국에 수출하려 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이다. 북한이 극동개발의 최대 장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에는 팔 것도 사올 것도 없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의 철도-가스관 연결에 대한 관심을 계속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이 있는 한 불가능하다. 결국 극동개발은 중차대하지만 북핵 폐기 이후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이 없다면 극동개발은 순풍에 돛달 수도 있다.

셋째, 국제적으로 러시아의 당면 현안은 내전중인 리비아와 중동이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온 ‘리비아국민군’(LNA)이 현재 수도 트리폴리로 진군중이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이미 영향하에 들어왔고 터키와의 관계도 깊어지고 있는데, 지중해 넘어 리비아도 수중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중동 정세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와도 직결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도 하프타르 LNA 사령관이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을 받았던 인연을 바탕으로 LNA를 인정하고 있다. 영국이 마련한 유엔의 리비아 휴전결의안을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거부하고 있듯이 리비아와 중동을 둘러싸고 영향력 경쟁중인 것이다. 중국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굳이 실익도 명분도 없는 북핵문제에 개입하여 미국을 자극할 이유는 없다.

러시아도 북핵 폐기를 원한다. 북핵은 NPT 질서를 위기에 빠뜨려 러시아의 국익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4월 28일 이란 외무장관은 NPT 탈퇴 가능성(핵프로그램 재가동)을 제기하고 북한 방문계획을 공개했다. ‘북핵 추종’의 불똥이 중동으로 튀고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핵무장 도미노가 생기면 우크라이나와 체첸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북핵은 폐기되어야 하고 결국 폐기될 것이다. 그렇기에 러시아는 북핵 폐기를 전망하면서 그 과정과 그 이후를 계산하고, 향후 극동개발을 위한 국익 최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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