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진주성-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6 18: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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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장가가고 싶은 남자가 하나님께 매일 간절히 기도를 한다.

‘하나님! 긴 머리에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를 가졌고, 미소가 아름답고 제 어깨까지 오는 키에 밤엔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는 현모양처 같은 여자와 결혼하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어느 날, 어디선가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런 여자 있으면~내가 장가 갈란다’

비싼 외제차를 구입했다면 싼 주유소 찾아 헤매는 일과 할부금과 보험료를 내느라 허리 휘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미모에 현모양처 여자를 아내를 맞이했으면 남자 또한 여자와 어울리는 매너를 갖추어야 하고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아내의 고운 피부유지를 위한 화장품 값은 풍족해야 하며, 그에 맞는 옷도 주기적으로 사주어야 할 것이다. 빛나는 드레스에 아름다움을 돋보일 수 있도록 정기적인 음악과 영화, 문화생활을 같이 즐겨야 할 것이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먹은 것만큼 장을 비워야 병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장사하는 집에는 매일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다. 어제까지 잘 사용하던 장비가 갑자기 멈춰 버리고, 출근해야 할 직원이 출근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늘어나는 손님만큼 예비 근무자를 추가로 뽑아야 하고, 세금, 인건비, 경비를 정리할 사무직 근무자와 노무사, 회계사와 계약도 해야 한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은 아르바이트 근무자는 퇴사 후 노동부에 가서 신고하고,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손님은 관할 위생과에 신고를 한다. 전구가 나가더니 전원까지 나가고, 물이 나오지 않은 날이 있으면 배관이 터져 매장이 홍수가 되는 날도 있다.

장사가 쉽지 않은 것은 음식만 잘 만들어 손님님 많이 온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손님과 일하는 근무자가 늘어나는 만큼 운영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정신력도 강해져야 한다.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것 보다 식장을 나온 후부터가 중요하고, 장수하는 카페가 되려면 오픈하는 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후부터 전쟁터에 참여한 군인 같은 정신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싫증나서 사표를 던지고 카페 차리고, 은퇴 후 나이 들어 받아주는 곳이 없어 커피숍 오픈하고, 음식점은 일손이 많아 휴게음식점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되돌아 갈 곳도 없고 다른 일을 해도 더 나은 것은 없다.

택시, 포장마차, 레스토랑, 은행, 보험, A/S기사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직장 일을 해보고 카페를 해보니 이보다 쉽고 편한 직업은 없다.

술에 취한 손님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고, 음식 냄새 대신 커피향 맡을 있고, 시끄러운 소음 대신에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맛있게 커피를 마시는 손님과 인연인 되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니 이보다 더 의미 있고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늘 행복한 카페 사장은 없다. 행복해지려는 카페 사장만이 살아남는다. 행복해지려는 카페 사장의 마음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로 가야한다. 많은 메뉴를 줄여서 오는 손님만 오도록 하고, 만능 직원이 되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하나라도 잘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들어온 돈만큼 나가는 돈을 아끼려 해서는 안 되고, 많은 손님만큼 다양한 진상손님의 클레임은 흘려듣고 버려야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거들랑 내버려둬라!

이미 감당 할 수 없는 일인데 급하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 때는 그 일을 감당한 경험자를 천천히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고,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곧 프로고 장사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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