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암산에 솟은 기묘한 돌의 향연
거대한 암산에 솟은 기묘한 돌의 향연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6.2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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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감암산·부암산

▲ 광장 같은 암괴류를 걷고 있는 산우들.

감암산((甘闇山·834m)과 부암산(傅岩山)은 화강암괴류가 발달한 바위의 산이다. 그러나 여느 산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면 거대한 암산 위에 아기자기한 형상을 가진 또 다른 작은 암봉들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는데 있다.

말등 같이 생겨서 그 위에 올라탈 수 있는 바위가 있는가하면, 오르기는 커녕, 너무 날카로워 쳐다보는 것마저도 눈이 아린 촛대바위도 있다. 암수바위가 있는가 하면 거북이형상을 한 바위들도 있다.
압권은 등산로 초입인 대기마을에서 정면에 보이는 누룩덤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군을 누룩(술을 담을 때 쓰는 발효제)을 차곡차곡 쌓은 것처럼 보인다하여 그렇게 부른다. 표현하긴 뭣해도 ‘사람이 볼일을 본 ○무더기’처럼 생겼다. 감암산이 둥그스름한 바위군이라면 누룩덤은 피라미드형으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산군에서 남쪽으로 3km지점에 있는 부암산은 바위의 냄새보다 흙냄새가 더 정겹다.
감암산 산행만으로는 너무 짧은 면이 있어 부암산과 연결시키는 산행이 일반적이다.
흔히들 감암·부암산을 인근에 있는 황매산 모산재의 서브격인 산이나, 잔여 맥쯤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 올라보고 산을 만끽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황매산이나 모산재 산행을 한 사람이라면 이 산도 반드시 올라 보기를 권하고 싶다.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있는 감암·부암산은 황매산(1113m)에서 남으로 배틀봉(767m)를 일으켜 세운 뒤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감암산 부암산으로 마루금을 형성한다.

▲취재팀은 모산재 들머리인 영암사지 2km정도 못 미쳐 인근에 가회면 대기저수지가 있는 대기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누룩덤→828고지, 감암산→부암산→부암사→장천리 이교마을로 하산했다. 주행거리 약 10km 정도로 비교적 짧지만 험한 바윗길로 인해 지체하는 시간이 많아 휴식시간 포함, 5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초입 대기마을회관 주차장에서 만수정 앞으로 시멘트로 된 마을길이 열려 있다.
산세를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곳이 나온다. 한번 눈에 익히면 산행에 도움이 된다. 뒷산 정면의 피라미드형 누룩덤과 그 왼쪽으로 둥그스름한 감암산 암릉이 대비를 이뤄 그림같다.
산에 접어들수록 전통적인 우리 촌락의 고유한 가옥형태는 사라지고 주황색 지붕이 선명한 별장 같은 가옥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풍광이 산세와 조화를 이뤄 전원마을 분위기를 낸다.
10여분 만에 나타나는 갈림길에선 왼쪽이 묵방사, 오른쪽이 누룩덤과 감암산으로 가는 길이다. 묵방사로 갈수도 있으나 취재팀은 누룩덤으로 방향을 잡았다. 6월 기온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렬한 햇살이 아침나절부터 시멘트길을 뎁혀 놓았다. 시멘트길이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왼쪽으로 물길을 건너는 목책교량이다. 반갑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예쁜 목책 교량인데 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이어서 반가움이 배가된다.

▲ 일곱개의 별, 칠성바위.
▲교량을 건너면 오아시스를 만난 별천지처럼 느껴진다. 달리 별천지가 아니라 울창한 숲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비교적 평평하고 편안한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곧추 선 산행길이 벽처럼 다가선다. 이 좁고 험한 길을 올라야 사방이 탁 트이는 전망대에 설 수 있다. 아기자기한 바위와 돌의 잔치는 이때부터 숨 가쁘게 몰아친다.
아주 멀리 북쪽으로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팔각정이 있는 곳이 황매평전. 수려한 능선이 이국적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풍광이 해일처럼 닥치는데, 굳이 도망갈 이유는 없다. 보고 즐기면 그뿐이다.
▲ 촛대바위, 뒤에 보이는 산이 부암산.
사방을 휘돌아 보면 바위가 이룬 결정체가 한껏 멋을 부리고 폼까지 잰다. 무엇을 먼저 보고, 또 무엇을 뒤에 넣어야 할까. 탄성에 탄성만이 있을 뿐, 품격 있는 감상은 뒷전이다. 기실(其實), 딱히 폼 재고 감상할 이유도 없다.
말등같기도 하고 물개같기도 한 바위를 돌아 또 다른 전망대에 서면 어느새 뒷통수를 간지럽히는 것이 있다. 누룩덤이다. 물개바위부근에서 누룩덤엘 직접 오르지 않고 우회해 돌아서 지나면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산 아래서 보는 것보다 ○무더기 형상이 더욱 실감난다.
▲ 암수바위.
인근에 있는 바위샘은 부산 금정산의 금샘을 닮았다. 바위를 뚫고서 솟구치는 물은 아니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는 샘이다. 지친 산새가 목을 축이고 담비와 너구리가 쉬어가는 하늘의 샘이다. 누룩덤 주변에 있으니 누룩샘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밤하늘에 빛나는 북두칠성이 이 산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7개의 바위로 된 일명 칠성바위다. 경사진 슬랩 위에 직경 3∼4m안팎에 높이 1~2m인 일곱 개 바위가 모여 있는 곳이다. 기묘하다 할 밖에 달리 이를 말이 없다.
거대한 바위의 향연은 계속된다. 단일바위로는 비할 곳이 없을 것 같은 광장처럼 넓은 바위가 연이어져 고래등을 형성한다.
고래등 광장을 지나고 고도를 높이면 흙냄새와 숲의 향기가 진동하는 육산에 다가선다. 이 오름길의 끝에 봉우리는 감암산이 아니고 828봉.
들머리 대기마을서 3km지점이다. 이 봉우리에서 부암산까지 3km정도를 더 진행해야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베틀봉과 황매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며 왼쪽이 감암산 부암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감암산의 산길은 비교적 선명하다. 10분 만에 높이 1m에 달하는 감암산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닿는다.

▲감암산에서 부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약 2.5km, 다시 고도를 낮춘다. 바위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계단을 추락하듯 내려서다보면, 이곳에 맨눈으로 쳐다보기가 눈이 아린 촛대바위가 나온다. 멀리 오른쪽 눈대중으로 1시간 거리에 보이는 높이 솟은 암봉 2개 중 뒷봉우리가 부암산이다. 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효렴봉의 바위산이 뚜렷하다. 지리산은 두개의 산 중간 지점 하늘에 장막처럼 버텨 선채 내려다보고 있다.
부암산 가는 도중에 암수바위가 나온다. 한 바위에 남근과 여근바위가 한데 뭉쳐져 있는 형상이다. 또 느리재 부근 갈림길에서 바람흔적 미술관으로 하산하는 길이 나온다.

▲ 본사 정수희기자와 산우들이 누룩덤을 배경으로 산행하고 있는 모습.
▲부암산(傅岩山)은 스승 부자를 써서‘스승바위산’이라고도 한다. 멀리서 봐도 암반 투성이고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역시 북쪽의 산들은 모두 바위산이다.
부암산 암괴 중간에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큰 동굴이 하나 있다. 접근은 불가능하고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하산 길 중간지점 이름 없는 절터에는 토굴이 하나 있다. 비어 있었는데 얼마 내려오지 않아 터벅터벅 걸어 올라오는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해질녘 대개의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는데 산으로 가는 스님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부질없는 공상을 가르는 일성 “안녕히 조심해서 가세요” 뒷통수를 때린다.
부암산 아래 신등면 단계리 단계계곡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아침 식사를 했던 곳이다. 충무공의 ‘난중일기’에는 “정유년 6월1일 하동군 옥종면 정수리에서 출발해 오후 늦게 단성면 사월리 박효원의 집에서 유숙했다. 주인은 정성스러웠으나 초막의 잠자리가 불편해 날이 새는 대로 길을 재촉해서 6월2일 늦은 아침나절에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단계천 변이다”고 돼 있다. 충무공은 이날 권 도원수 영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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