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불똥이 이란과 사우디로 튀면
시론-북핵 불똥이 이란과 사우디로 튀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8 17: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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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핵 불똥이 이란과 사우디로 튀면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4월 28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핵프로그램 재가동)을 제기하고 북한 방문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제재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지만, 이란이 NPT 탈퇴를 입에 담았다는 사실은 북핵으로 인한 ‘NPT 무력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며, ‘북핵 불똥’이 중동으로 튀고 있는 반증이다.

현재 중동지역 뉴스의 초점은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투이다. 그러나 정작 다가오고 있는 최대의 위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랍인와 페르시아인의 인종 차이에 더하여 수니파-시아파 종교대립으로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1500여년 동안 늘 전략적 경쟁관계에 있었다. 특히 1979년 이란혁명 이후에는 그 적대성이 격화되어, 현재 이란은 사우디 북쪽에서 이란-이라크-시리아로 이어지는 초승달벨트를 형성하고, 남쪽에서는 5년째 내전중인 예멘에서 시아파 후티반군을 지원하고, 동쪽의 카타르 등과 친밀도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를 에워싸고 압박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간 앙숙관계는 계속 악화되어 왔고 앞으로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란의 군사력은 현재에도 막강하다. 그러나 전면전을 상정하면 이란은 백만대군을 자랑하지만 무기는 노후화되어 있고 지리적 여건과 주변정세도 유리하지 않다. 그래서 이란은 핵무장을 시도하여 왔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은 경제제재를 이겨내야 하고 또한 이스라엘 등의 선제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에 2015년 공식 핵보유국(P5)-독일-유럽연합(EU)과 핵협정(JCPOA)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핵협정은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이미 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북한의 핵보유가 인정된다면, 북한은 되는데 왜 이란은 안되느냐며 본격적으로 핵무장에 나설 수도 있다. 핵무장을 원하는 국가는 많다. 그들에게 북핵은 모범이 되어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아라비아도 갖게 된다.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은 2018년 4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빨리 따라갈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장의 결단을 내린다면 경제제재의 효과는 그만큼 적고, 또한 핵개발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그래서 북핵이 용인된다면 이란이 아니라 사우디가 먼저 ‘NPT 무용론’의 명분을 내세우고 핵무장에 나설 수도 있다. 더구나 사우디는 이란을 동서 양면에서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확실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파키스탄에는 이미 사우디의 자금으로 완성된 사우디 핵무기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쯤 되면 터키도 핵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란이든 사우디든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는 이스라엘에게 악몽이다. 그래서 벌써 예민해진 이스라엘은 북핵 폐기를 위해 미국내 여론을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독자적으로 북핵 파괴공작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이스라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이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지만, 미국 정치인치고 유대인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 이전까지 단행했다.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북핵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를 이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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