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게임 속에 파고든 이야기 세상
아침을 열며-게임 속에 파고든 이야기 세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8 17:31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게임 속에 파고든 이야기 세상

TV 광고 시간에 현재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배우가 등장했다. 그냥 보통의 제품 선전이려니 생각하고 보고 있는데, 게임 광고다. 게임 제목을 모르고 봤다면 ‘저게 광고야? 뭐하는 광고야?’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유명 배우가 게임 플레이어로 게임 배경 속에 등장한다.

게임 홍보 동영상은 그 그래픽 기술이 거의 실사와 구분이 안간다. 와! 하는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화에서도 배우의 실제 연기로는 만들 수 없는 장면들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영상을 볼 때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게임 그래픽도 게임을 구동하는 하드웨어의 발달에 힘입어 그 수준이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발전을 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한 올 한 올의 머리카락,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퍼져나가는 물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한 구름, 목소리에 맞추어 움직이는 입술의 모양, 사람과 똑같은 모습과 움직임이 완벽하게 재현된 캐릭터, 건물, 나무들이 등장하는 게임 속 가상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모습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게임 그래픽 표현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상의 모습들이 배경으로, 몬스터로 게임 속에 등장하면서 멋진 판타지 세상이 컴퓨터 게임 속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2차원의 게임 세계가 현실 세계를 상징화, 기호화한 것이라면 3차원의 게임 세계는 실제 세계를 정확하게 모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가 컴퓨터 성능과 제작 소프트웨어의 기능 부족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상이었다면 이제 그래픽 기술이 현실 세계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 들었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쥔 것이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이제 머리 속에 묻어둔 이야기와 결합시켜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탄생한다.

문화 산업 시대에 떠오르는 용어 중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잠자기 전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즐겼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지만, 성공하는 컴퓨터 게임 속에도 재미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예전 오락실에서 많은 플레이를 해 본 것 중에 <동키 콩(Donkey Kong)>은 방해물을 피해 건물을 올라가서 고릴라를 물리치고 납치된 애인을 구출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쿠파로부터 토드스툴 공주의 구출한다는 <슈퍼마리오>, 고구려 무혈왕의 정벌담을 다룬 <바람의 나라>, 조선 임진년의 임진왜란을 재현한 <충무공전2>, 1590년대 동북아시아 교역을 재현한 <거상>, 판타지 만화 속에 등장하는 10세기 전후 아덴 왕국을 배경으로 중세 유럽의 왕, 영주, 기사의 봉건제도를 도입한 <리니지I, II>, 중세 배경의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6000여 가지가 넘는 퀘스트(Quest)를 풀어가는 게임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업을 선택하고 무기를 장착해 퍼즐을 풀거나 주어진 퀘스트, 목표물 찾기, 탐험, 사냥, 미션 수행 등을 통해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 대부분은 주인공 캐릭터를 아바타로 하여 영웅이 되어 세계를 탐험하면서 겪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귀환을 한다는 고전적인 영웅담, 영웅신화를 모태로 삼고 있다.

영웅담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서 익숙한 이야기이기에 많은 문화콘텐츠에 단골 소재이다. 게임의 발상지가 미국과 일본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는 유럽의 중세 판타지 소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스토리를 활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건국신화, 무속신화, 민담이나 전설, 문화유산 속 영웅신화가 등장하는 게임도 많이 출시되었으면 한다. 미국 영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K-POP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풍의 게임, 한국인이 가진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이 결합하여 한국적인 색채와 이야기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가 많이 소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