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어린이, 어버이, 스승
아침을 열며-어린이, 어버이, 스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9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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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어린이, 어버이, 스승

5월은 참 좋은 달이다. 어린이라는 말은 국학적 개념으로 얼이 서려있는 이라는 말이다. 얼은 정신을 말한다. 얼이 빠진 이는 얼빠진 것이라고 하고 얼이 썩으면 어리석은 놈이라고 하고 얼이 꽉 차 있으면 얼찬이라 하고 얼을 잴 만한 기준이 없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생기면 얼 척이 없다고 한다. 또 물건 값을 계산할 때도 ‘얼마’를 쓴다. 어느 정도에 맞추느냐는 뜻이고 경상도 말로 친한 사이끼리 빨리 부를 때는 야 “얼마 임마”라는 용어를 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얼마나 얼을 강조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얼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신이다. 군대에서도 정신 나간 짓을 하면 얼차려를 준다고 한다. 얼은 누구나 있는 것이기에 차리면 된다. 밥상처럼 차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볍고 조심성 없이 함부로 행동을 하면 우리는 “까분다. 까불지 마라”고 말한다. 그리고 ‘키’를 가지고 위 아래로 흔들면 곡식의 티나 검불 따위가 날아가고 알곡만 남는다. 어린이들이 까불 땐 적당히 두어야 한다. 까불어 보아야 정신의 알곡을 스스로 가릴 줄 알게 된다.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부모들이 미리 말려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위험하지 않으면 까분다고 해서 섣불리 말릴 일이 아니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얼이 있기 때문이다.

얼은 중심이 무엇이며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얼은 양심과 성실 그리고 책임감이다. 그것은 태도와 자세로써 나타난다. 차린다는 말은 잘 정리하여 놓아둔다는 말이다. 개인마다 나라마다 정신이 있고 얼이 있다.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이다. 그 정신을 머리 안에 잘 놓아주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의 핵심이다. 그런 이유로 교육법에도 홍익인간을 강조한 것이다. 내 정신과 우리정신이 나간 사람이 너무 많다.

어린이가 크면 어른이 된다. 어른은 ‘얼언’ 즉 얼이 큰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칭어이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합성어이다. 아버지는 안파견, 아파치, 아버지, 아바이의 어원과 변어를 가지고 있는데 원래 그 속뜻은 ‘깨달으신 나의 영혼의 스승’이라는 말이다.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스승의 역할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스승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보다 큰 뜻이다. “할”자는 한의 변형어이고 크다는 말이다. 많고 크다는 경상도식 말이 바로 ‘한거석’ ‘한거주라’의 한이다. 얼이 크신 어머니 아버지를 낳으셨으니 “할”자를 붙여 더욱 높여 드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바로 어버이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는 말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우리 몸은 아득한 조상님의 정성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내려왔다. 윗대의 어르신들 중에 단 한분이라도 잘못되었다면 지금 나는 존재할 수가 없다, 선조와 어른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영혼이 무엇인지 스승이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알아야 한다. 영혼은 정신을 바로 차릴 때 빛이 난다. 영혼은 완성되기 위해 존재한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처럼 건강한 정신에서 밝은 영혼이 완성을 향해 달린다. 인간은 영혼의 성장과 완성을 위해 지구에 왔음을 기억하라. 그것은 인내와 겸손, 사랑과 희생으로 열매를 맺게 된다. 어머니는 얼을 가지고 있는 주머니라는 말이다. 주머니가 있어야 담을 수가 있다. 주머니가 좋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쉽다. 우리 어머니들의 얼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녀들에게 무엇을 담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나라는 어머니들의 얼로써 지켜온 나라이다.

유태인들이 강한 이유는 어머니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어머니들이 밥을 먹을 때마다 “우리는 파라오의 종이었다”며 얼을 차리는 교육을 한다. 단군시대이전부터 우리나라는 양성평등의 국가사회였다. 하늘의 뜻을 온전히 내려 받은 한인 할아버지가 스스로 가르치고 깨달으신 웅녀가 단군할아버지를 낳으시고 남녀의 조화로움이 국가발전의 근원임을 강조하셨으니 이를 단군칙어에 새겨놓으셨다. 스승은 지식보다는 도리나 원리를 강조하여 가르치는 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각각의 스승님이 있는가, 스님은 스승님의 약자이다. 아버지는 앞서 깨달으신 나의 영혼의 스승이라고 하였다. 가정마다 아버지는 스승이 될 준비를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스승의 기본자질은 건강하고 양심적이며 능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갖추면 아이들이 저절로 스승을 따르게 되어있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길러진다. 5월 가정의 달에 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그리고 얼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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