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빈자일등(貧者一燈)
진주성-빈자일등(貧者一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12 15: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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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빈자일등(貧者一燈)

어제(5월 12일)는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신지 2563년 되는 ‘부처님 오신날’로 온 누리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가득했다. 여래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은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경내와 거리에 오색찬란한 연등을 내걸고, 일제히 봉축 법요식을 열었다. 부처님 오신날에 연등을 달고 불을 켜는 것은 중생과 사바세계에 빛을 선사해 어둠을 걷어내고 마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중생의 본래 마음은 빛이었으나 그 빛이 가려져 욕심이 되고, 분노가 되고, 어리석음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흐릿해진 마음의 빛을 다시 밝히기 위해 등(燈)을 달고 불을 밝히는 것이다.

불자든, 일반인이든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해 절에 시주금을 내고 등을 달고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축원하게 된다. 부유한 자는 큰 등을 달고 여유롭지 못한 자는 작은 등을 달게 된다. 하지만 큰 등이든, 작은 등이든 등의 가치는 마찬가지이다. 등이 크다고 부처님이 더 많은 복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등이 작다고 더 적은 복을 주시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는 만인에게 평등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새겨볼 만하다. 부처님 당시에 코살라국에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부처님을 위해 등불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이 여인은 하루 종일 구걸을 해 동전 한 푼을 얻었다. 여인은 그것으로 등과 기름을 사 등불을 밝혔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이 밝힌 등불이 하나 둘 꺼져 가는데 여인의 등불만은 꺼질 줄 몰랐다. 부처님 제자 아난이 등불을 끄려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이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여인은 이 공덕으로 앞으로 30겁 뒤에 성불해 수미등광여래가 되리라”

이것이 바로 '빈자일등의 정신이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다는 것은 신분의 귀천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에 의해 깨달은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내 마음과 같이 세상을 밝히고자 함이다. 보잘 것 없더라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밝힌 등불 하나는 화려한 등불 수천개 만개보다 더욱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영원한 부자도 빈자도 존재치 않는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날 절마다 달려 있는 갖가지 등(燈) 중에서도 ‘빈자일등’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외형상 아름답고 큰 등만을 찾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중생들의 가슴마다에 행복함이 가득함을 비는 ‘빈자일등’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빈자일등'의 정신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진정한 뜻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빈자일등'의 정신을 되새긴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날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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