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위기의 대학 돌파구는 없는가?
시론-위기의 대학 돌파구는 없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12 18:2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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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위기의 대학 돌파구는 없는가?


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한달하고도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부임하기전부터 주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우려섞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책임감으로 인해 어깨는 무겁고 뭐부터 해야하나 하는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참고만 하자 직접 보고 경험한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대학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내린 결론은 비록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2018년 교육부 대학기본역량 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대학은 큰 충격을 받았다. 1996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도립대학으로서 그동안 각종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아마도 그 충격의 크기는 더 컷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 대학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은 위기상황이다. 위기의 근본원인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때문이다. 대학의 입학정원은 소폭으로 감소하는 반면에 출산률 감소로 학생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미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방의 대학은 학생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갈수록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까운 미래에 각 대학은 학생유치를 위해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될 것이다.

지금에 와서 미래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학 설립을 무분별하게 늘려준 교육당국을 비판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으며 결국 시장원리에 의해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치 못한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우리대학은 지난 4월에 산학협력선도대학(LINK+) 2단계사업과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향후 3년간 약 60억의 국비를 지원받게 되어 지난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가끔 “만약 거창에서 경남도립 거창대학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거창은 비록 인구 6만2000의 작은 도시지만 교육명품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연 60여개의 과정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군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 또한 높은 곳이다.

900여명의 학생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그나마 거창의 도심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만약에 대학이 문을 닫는다면 치킨집, 맥주집, 심지어 택시업계 마져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결국 지역의 발전과 대학의 발전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백세시대에 정년퇴임은 인생을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은퇴하는 많은 베이버부머 세대들이 대학의 새로운 고객이 되고 있다. 정말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부양이라는 책임감으로 가슴속에 묻어 두어야만 했던 꿈을 펼치며 다양한 평생교육과정에서 배움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퇴직후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서 대학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분도 계신다.

우리 대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는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한 위기가 오겠지만, 대학은 단순히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평생학습의 거점이며 지역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의 경우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의 정량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정서적 관계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지역사회와 대학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대학의 고객을 기존 고등학교 졸업생 중심에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넗힌다면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대학에는 다양한 평생교육과정이 있으며 대학입학에 나이 제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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