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피노누아 (pinot noir)
진주성-피노누아 (pinot noir)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13 15: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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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피노누아 (pinot noir)

올 초 심었던 남자 주먹만큼 피어난 장미부터, 쌀알 크기만큼 자란 장미를 가지치기와 풀 뽑기 진딧물 약치기를 새벽부터 해 질 때까지 가꾸느라 하루가 바쁘게 갔다. 활짝 피어난 장미를 보다 코를 장미에 묻고는 깊게 향을 들이키면 자연스레 지그시 눈을 감고 향에 취해 정신이 몽롱하여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게 되어 버린다.

바쁜 일을 마치고 나면, 서늘한 바람과 코를 박고 맡았던 장미향을 안주 삼아 조촐한 듯 가볍게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당신에게서 장미향이 나네요 ♩♪♬’라면 계절의 여왕 5월 같은 여왕의 와인을 선택하라하면 피노누아(pinot noir)다.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자니 저녁바람은 차고, 짙은 레드 와인을 마시려니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인데 새싹의 싱그러운 연두색 지천에 바람소리 새소리가 함께하고 장미향이 나는 담은 초여름이나 초가을에 마시기 좋은 와인이 피노누아다.

변덕쟁이 까칠한 여인처럼 피노누아는 기온, 곰팡이, 질병등에 약해 재배하기 어렵고 양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고 지금 기온과 같은 서늘한 곳에서 재배가 잘 된다. 단맛 와인이나 떫은 레드 와인만을 마시다가 피노누아 와인을 마시면 싱겁다거나 연하다고 평을 하는데, 과하지 않은 산미와 체리, 산딸기, 장미, 허브, 제비꽃, 홍차 같은 향미에 잔잔하게 바이올린 선율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실크 같은 와인이다.

피노누아 와인색은 진하게 우려낸 보이차, 홍차색 같기도 하고, 연하게 내린 커피색과도 흡사하다.

와인을 왜 마시느냐 묻는다면 다름이다.
와인에서 다른 맛을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오랜 시간동안 숙성할 이유도 없고 비싼 비용을 치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까운 마트에서 포도 주스에 소주를 섞어 마시면 될 것이다.

와인이 비싼 이유는 세월의 숙성으로 만들어진 다름의 맛과 향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커피로도 피노누아 같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커피에서 무조건 쓴맛과 탄 향을 마셔야 될 이유는 없다.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원두 11g으로 180ml가량 추출하면 은은하고 다양한 향과 부드러운 신맛, 단맛 감미로운 맛이 혀에 오랫동안 기억된다.

화려하고 강하고 진하다고 좋은 건 아니다.

세월의 숙성이 가미된 피노누아 와인이나 연하게 내린 모카하라 커피처럼 평온함과 부드러움이 마음과 생각에서 우러나올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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