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1)-6년차 농사꾼 주동진씨
강소농 현장을 찾다(1)-6년차 농사꾼 주동진씨
  • 배병일기자
  • 승인 2019.05.14 18:0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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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아니라 농업 CEO가 되어야 한다

최근 6차 산업화, 스마트팜 등 경남지역 농업 현장은 젊고 강한 산업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즉 미래 농업 부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농산물 생산에만 그쳤던 농업이 농산물 가공과 서비스업으로까지 확대하여 부가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11년부터 강소농 사업을 추진 해 오고 있으며 현재 도내 19개회 9366명의 강소농이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도농기원은 이들 강소농들이 농업경영체 스스로 경영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당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혁신에 이바지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경남농업의 경쟁력의 그 해답은 어디에 있는지 작지만 강한 농부, 도내 활동중인 강소농에서 미래 경남 농업의 경쟁력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의령과 진주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귀농 6년차 주동진씨.
의령과 진주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귀농 6년차 주동진씨.

의령군에서 비닐하우스를 통해 애호박, 쥬키니호박, 메론, 고추, 마늘 등을 재배하고, 진주시 미천면에서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는 농업경력 6년차의 익어가고 있는 농부 주동진(35)씨를 찾았다.

농업은 미래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몸소 실천해 나가는 강소농 주동진씨를 만나 농업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어 봤다.

직장 다니다 부모님 농사일 이어서 귀농
의령 비닐하우스·진주 두채농장 운영
정보·소비자 변화 확인 과학농업 경영
SNS·블로그 이웃과 소통 뿌듯함 느껴
현장체험 후 자신에게 맞는 농업 찾아야


-강소농의 하루 일상은 어떤가
▲새벽 3시반쯤에 일어나서 콩나물과 숙주나물 배달준비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거래처와 진주공판장에 나물을 공급하고 나면 아침을 먹고 재배사 청소를 시작으로 오전 시간은 거의 정해진 일정들 속에서 이루어진다.
점심을 먹고 거래처를 돌면서 그날그날 판매한 콩나물이랑 숙주나물들의 상태에 대해서 거래처의 의견을 들어 보고 기록해서 나물 재배 방법에 개선할 것들은 없는지 돌아본다.

콩나물공장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하우스에 들릴 시간이 많이 없기에, 힘든 작업이 있을 때에는 부모님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 마늘을 많이 심었기 때문에 마늘 수확기에는 눈코뜰새 없을 것 같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했는가
▲대학을 마치고 대우조선해양에서 조선설계 분야에서 만4년 근무했다. 그때에도 조선업경기가 좋지 않을 때라 선배들이 직장을 떠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많은 선배들이 청춘을 바쳐서 LNG선이나 큰 배들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수출을 하고 나라의 발전에 기여했었지만, 글로벌 조선 경기가 꺾이다보니 어쩔수 없이 직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좋은 배를 만들어서 조선업 1등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살을 깎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지금도 조선소에 남아서 열심히 하고 있을 동기들과 선배들을 생각하면 항상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동진씨는 진주시 미천면에서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주동진씨는 진주시 미천면에서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이 없는 빡빡한 일상속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때,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던 농사를 하게 되어도, 이 정도의 열정이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께서도 연세가 드셔서 하고 계시던 비닐하우스 농사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예정이라고 하셔서, 직접 나서서 농사를 하게 됐다.

-귀농하기전 농사, 농업, 농촌에 대하여 갖고 있던 생각과 직접 농사를 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가
▲농사라는 것을 멀리서 막연히 바라만 볼 때에는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신경 쓸게 한 두가지가 아니고 재배에 따른 공부도 병행해야 하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욱 늘어갔다.

-농사를 시작한지 5년이 흘렀으면 이제는 재배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을 것인데, 어떤가?
▲농사를 시작한 후 공부도 하고, 직접 체험도 하고 하면서 실력은 늘어 나는게 맞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는 시야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또한 만만치 않았다. 1년정도 지나면 하나의 작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재배기술이 배양되기는 하지만, 파이가 커짐에 따라 나의 시야도 넓어지기 때문에 이 또한 지속적으로 follow-up해야 하는 부분들이라 쉽지 않았다.

농사라는 것이 대개는 1년을 주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1년 동안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활용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현재까지 농업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언제였나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이전에 직장을 다니던 때에는 매월 일정한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농사를 짓게 되면 매월 지급되는 월급의 형태로 수입이 발생되는 게 아니라, 뭉텅뭉텅 돈이 들어오게 되고, 이 또한 농사와 관련된 지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도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금전 관리가 상당히 힘들었다.

또한, 내년을 위해서 재투자할 여력도 쌓아 놓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2~3년 지나면 적응되기는 하는데, 저에겐 그것이 가장 힘든 것들이었다.

그나마 생산한 농산물의 많은 부분을 아버님께서 블로그를 통해서 농가직거래로 판매하고 계셨기 때문에, 공판장이나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서 힘든 것도 견딜 수 있었다. 특히, 좋은 농산물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주고, 아이들 생일날에 작은 선물을 보내주시는 고객분들도 계셔서 농부로서의 뿌듯함도 많았다. 지금도 블로그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지내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경남농업기술원을 통해서 좋은 이웃농부들과 모임도 함께 하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있어서 이 또한 행복한 농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농사를 짓다가 이제는 두채재배라는 작목전환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전환을 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지난해는 애호박과 쥬키니호박 농사를 지었다. 농사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지었는데, 농산물 가격이 받침이 되지 않으니까 남는 것이 없었다. 가격 변동이 심해서 작물은 매일 출하해야 되고, 인건비는 매월 발생이 되고 해서 많이 힘들었다.

어차피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 소득이 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고,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기에 농촌을 떠나기 보다는 농촌에 남아서 부모님 인근에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차에, 콩나물재배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주변의 제안이 있어서 작목전환을 하게 됐다.

콩나물재배를 한다고하니 우스갯소리로 농사꾼이 아니라 공장 사장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콩나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하우스에서 작물들이 자라는 것과 똑같다. 단지, 시설이 된 곳에서 재배한다는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국내 경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어떤지?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같은 경우는 비싼 품목이 아니라, 한봉지에 1000원, 2000원하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품목들이라 크게 경기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감사를 표할 곳이나 선후배 동료가 있다면
▲공장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하우스 농사를 지으면서 선배농부님들의 지도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멀리서 바라보던 농촌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의 생활을 하다보니 작물이 자라는데에 관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이웃에서 농사를 짓는 선배님들의 살아있는 정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후배 농업인에게 한마디 하다면
▲지게지고 장에 가는 농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이 돈이 된다고 하거나, 좋다는 말만 듣고 쉽게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농산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산물들이 공급과잉을 시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신중하게 재배작물을 선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귀농인에게 한마디!
▲귀농하기 전에 또는 귀농했다면, 당장 농사를 시작할 것이 아니라, 선배 농업인들 농장에서 한달이던 1년이던 먼저 농사를 한번 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상에서 계산했던 것과 농업이라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차이가 있음을 아시라는 것이다. 데이터와 현실은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현장체험을 통해서 자신에게 맞은 농장규모, 농사형태, 재배작물 등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근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현재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큰 꿈이나 바램 같은 것은 아직 없고, 지금은 다른 재배농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배를 하는지, 운영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 많이 배워보고자 한다.

책을 통해서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배울수 있지만, 직접 생산농가를 방문해서 배울려고 한다. 보통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서 그날 판매할 나물들을 챙겨서 출발하고, 배달 마치고나면 이것저것 서류들도 챙기고, 공장도 돌아보고 점심 먹고, 다시 그날 판매한 것들 수금도 해야하고... 거의 하루가 눈코 뜰새 없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한 대비책이라 생각하고, 선배농가들을 직접 방문해서 배울려고 한다.

곶감 말리기 현장 모습.
곶감 말리기 현장 모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농사를 지으면서 앞서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앞서가면 리스크가 많은데 남들 하는 것 보고 따라가거나, 아니면 차라리 한 템포 늦게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늦게가면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소득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정확한 소득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은 이른 것 같다. 공장을 인수하면서 돈을 많이 빌렸기 때문에 하우스 농장과 두채농장을 통해서 조속히 경영안정화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의 농업은 이전처럼 단순히 잘 짓는 농사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농업경영을 위해서는 농사관련 정보도 파악하고, 소비자의 변화도 수시로 확인하고, 또한 내 농장의 상태도 점검하면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농부가 아니라 농업 CEO가 되어야 한다. 배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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