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한달 진주 아파트 주민 트라우마 극복 노력
참사 발생 한달 진주 아파트 주민 트라우마 극복 노력
  • 김상목기자
  • 승인 2019.05.15 19:07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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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활기찬 생활터전 되찾자”…사랑공동체 결성·화합행사 열어
심리상담센터 철수·일부 세대 이주…치유에 상당 기간 소요될 듯
지난 6일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이 발생한 현장에서 ‘소통과 어울림을 위한 화합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일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이 발생한 현장에서 ‘소통과 어울림을 위한 화합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17일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참극으로 엄청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면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인득(42)이 불을 지른 아파트 내부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필요한 증거확보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시커멓게 불탄 아파트 베란다 창틀을 볼때마다 그 당시 공포에 질렸던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 김 모(63) 씨는 “시간이 지나 조금씩 극복하고 있지만, 워낙 끔찍한 참사여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 주민은 “수사상 필요할 수 있지만 한 달째 그대로 두는 것은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사 당일부터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 설치됐던 현장 이동 통합 심리상담센터는 지난 12일 철수된 뒤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참사 후 불안, 공포, 죄책감, 불면증 등을 호소하던 주민들의 상담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이 도서관 출입구 유리창엔 '5월 12일 이후 심리 상담이 필요하신 주민들께서는 개인 심리상담소에서 지속 상담이 가능하다'는 시 보건소의 안내문이 붙었다.

참사가 발생한 303동 주민을 상대로 한 이주 희망자 조사에서는 전체 80가구 중 19%인 15가구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가 발생한 유족 중 3가구만 현재 외부 아파트로 이주를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신청 가구는 여전히 이주를 못 하고 있다.

주민 가운데는 이주를 결심했다가 다시 아파트에 남기로 한 이들도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이 임대아파트가 다른 아파트에 비교해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다른 아파트로 옮기면 추가 보증금 등이 결국 적잖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덜컥 이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마음을 추스르고 생계에 집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일ㄹ환으로 이 아파트에서는 최근 뜻있는 주민들이 모인 자생단체인 ‘사랑공동체’가 결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온라인을 통한 밴드도 만들면서 입소문이 퍼져 아파트 주민들도 속속 가입해 소통하고 있다.

이 모임의 문 모(59) 대표는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어 뜻있는 주민끼리 용기를 냈다”며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이 모임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주관해 ‘소통과 어울림을 위한 화합 한마당’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모처럼 아파트 놀이터와 마당에서는 아이들의 밝고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평화롭게 퍼졌다.

아파트 정경안 관리소장은 “참사 이후 직원들이 당직서다가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지 않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힘을 낸다”고 말했다.

관리소 직원들도 참사 이후 활기를 되찾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소 직원 정 모(29) 씨는 참사 당일 안인득이 휘든 흉기에 찔려 전치 20주의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피를 흘리며 주민 대피를 돕고 주민 사상자가 모두 구급차에 탄 후에 맨 마지막에 119구급차에 실려 쓰러졌다.

정 소장은 “피해 주민을 생각하면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아픔과 슬픔을 떨치고 정다운 이웃, 활기찬 단지로 되찾고 싶다”고 소원했다. 김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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