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5월의 기억과 미래
기고-5월의 기억과 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16 15: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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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주무관
문성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주무관-5월의 기억과 미래

‘오월은 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 이런 노랫소리가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오는 듯한 5월이다. 워낙 급변하는 시대라 요즘 아이들은 이런 노래는 들어본 적 없다할 수도 있지만 비록 미세먼지로 인해 빛바래긴 했지만 입하를 지나며 이제 제법 여름 기분이 나는 게 계절의 흐름이란 참 무상하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다들 덥다고 소매를 걷어 부치고 부채질을 하고 있을 것이고 방송에선 연일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에어컨 구매는 예약이 몇 주나 밀려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휴양지를 향하는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을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말이다.

여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5월은 어떤 이에게는 말 그대로 여름으로 향하는 길로, 또 다른 이에게는 어린이날을 비롯한 기념일이 가득한 가정의 달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5월의 신부를 꿈꾸는 어느 멋진 날들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5월은 저마다 전혀 다른 의미와 약속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같은 시간이라도 지나간 시간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서는 각기 다른 색깔로 채색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압축적인 정치·사회·경제적 성장으로 단기간에 많은 변화와 성장통을 겪은 기간이었다. 그것은 때로 놀람과 기적이었고 때로는 기쁨과 희망이었고 때로는 슬픔과 고통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기적이자 놀람이었고 2002년 월드컵은 기쁨과 희망이었으며 민주화의 길고 험한 길은 슬픔과 고통이었다. 모든 것은 혼란과 질서, 성장과 지체가 반복된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5.18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남았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았다.

어느 때인들 그렇지 않았겠는가 마는 특히나 요즘은 예측을 불허하는 국제관계의 뒤얽힘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초래하는 전대미문의 변화가능성에 숨 가쁜 대한민국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원 빈곤국인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로 사람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지금껏 열강들 사이에서 버텨온 원동력이자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난관을 헤쳐 나가는 제일의 힘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믿음과 신뢰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동질감에서 솟아난다. 물론 같은 기억을 공유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믿음과 신뢰가 생겨나는 건 아니다. 거기엔 기억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우리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으로써의 믿음과 신뢰가 생겨난다.

어린이날 노래를 알든 모르든 아이들은 자라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아온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듯 쉼 없이 변함없는 흐름으로 어느 사이엔가 우리의 자리도 우리의 아이들이 메워나갈 것이다. 해가 뜨고 지듯이.

하지만 아이들을 기다리는 미래는 녹록치 않다.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과거 기억에 대한 화해와 용서가 가능한 5월이길 바란다. 그리고 치유와 회복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디딤돌로서 기억될 5월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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