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편의대를 아시나요?
도민칼럼-편의대를 아시나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19 15: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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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편의대를 아시나요?

진주에서 조현병 환자가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죽였을 때 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어났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했다. 가족을 먼저 피신시키고 사람들에게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고 알리는 사이 아파트 입구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딸이 그 조현병 환자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아내는 중태에 빠졌다는 사연을 들으며 우리는 가슴 아팠다.

그렇다면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자를 대답하지 않는다고 총으로 쏴서 죽인 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가 잡을 사람이 결혼식장으로 도망갔다고 쫒아가서 결혼식 하는 신랑신부를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패는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이 드는가? 물정도 모르는 소녀의 젖가슴이 도려내어져 있고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소년의 등 뒤로 총탄이 날아와 박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 것 같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병원을 뒤졌더니 두들겨 맞아 온 몸이 퉁퉁 부어있고 머리는 반쯤 날아가 있는 모습이라면 그가 당신의 친척이거나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어머니가 당신의 누이이거나 이모라면? 그런 일들이 불과 39년 전에 일어났다면? 그곳에서 그런 일들을 겪은 이들이 우리의 친구이고 그 일로 지금도 아파서 울고 있다면? 아니어서 다행이고 남의 일이라고 할 것인가?

북한군이 와서 남한을 교란 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민간인도 죽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그런 일은 미국 정보원 말에 의해서도 사실이 아니고 사백명이나 침투시키려면 잠수함이나 큰 배가 와야 하는데 북한은 그리 많은 잠수함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사실이라면 우리 군은 모두 눈 뜬 장님이었는지? 박근혜 정권에서조차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데도 그 말을 옹호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그러다 5·18 당시 김용장 전 미군 정보부대 군사정보관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이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정권을 잡기 위한 학살이었다’는 증언이 지난 13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나왔다. 그때 편의대라는 단어가 나온다.

편의대, 간편한 복장을 한 군인이라는 뜻으로 사복을 입고 군중 속에 숨어들어 정보를 캐내는 군의 '선무공작대'가 편의대라고 한다. 시위대를 잡아가고 두들겨 패던 백골단과는 다른 공작대인데 그들이 <유언비어 유포조>, <장갑 탈취조>, <무기고 탈취조> 등의 임무를 띠고 경상도 군인들이 전라도 사람을 다 죽인다는 유언비어를 날조해 광주 시민들을 자극하고 강경대응을 부추겨 군인들로 하여금 집단 발포의 빌미를 주도록 계획을 짰다고 하니 너무도 무섭고 소름 끼친다. 그럼에도 무력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더구나 광주 한 곳을 고립시켜 다른 곳의 반발도 무마하고자 했던 계략이 놀랍다. 군부의 정권 찬탈에 위협이 될 인물인 김대중도 잡고 지역감정도 이용한다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짠 전두환 일당은 군인들을 철저히 활용했다. 서울에서 대중음악계 매니저 일을 막 시작했던 백 모 감독의 말에 의하면 선배제작자와 매니저들 사이에 그런 말도 오갔다고 한다. ‘위생병 군인들도 잠 안 재우고 마약 먹이고 눈깔 돌게 해서 내려 보낸다’고 이 말이 유언비언 일지 몰라도 제 정신에 죄 없는 시민들을 마구 두들겨 패고 총질을 해댈 수 있었다면 분명 그들은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 정신 아닌 이들이 시민을 향해 발포를 했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향해 보상을 많이 받네, 빨갱이네, 대통령이 전라도만 신경을 쓰네, 하는 말을 어찌 할 수 있는가! 분명 자유한국당도 민주화 운동을 한 김영삼 대통령이 함께 하고 젊을 때 민주화 운동을 한 이들도 있는데 어찌 이리 유신 때인 민주공화당으로 다시 회귀하려 하는가?

다른 대통령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게 보는 것은 그는 누구보다 지역감정을 없애려고 애쓴 분이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특정한 한지역을 왕따 시켜 다른 지역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정치인을 용납하는 것은 한국 정치 수준을 너무 떨어드리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견제하며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민의 아픔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23일은 노대통령 서거일이다. 봉하에 가서 화합의 정신을 다시 읽고 와야겠다. 봉하마을은 경상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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