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불똥이 스웨덴과 폴란드로 튀면
시론-북핵 불똥이 스웨덴과 폴란드로 튀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2 15: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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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북핵 불똥이 스웨덴과 폴란드로 튀면

북핵은 한반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질서와 세계적 핵확산의 문제이다. 만일 미·북회담의 결과로 북핵이 어떤 형태로든 공식·비공식적으로 용인된다면, “북한은 되는데 나는 왜 안되느냐”며 핵무장에 나설 국가와 조직은 매우 많다. 핵폭탄이야말로 ‘손쉬운 안보수단’이기 때문이다. 5월 9일자 시론에서 살폈듯이, 이란이 가장 먼저 핵무장에 나서고 사우디아라비아도 그리할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핵이 확산되면, 심지어 유럽에서도 핵무장에 나서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다. 러시아 때문이다. 소련 붕괴 이후 완충지대를 잃어 국경이 불안해진 러시아는 가능한 한 국경을 확장하려 한다. 2014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고향인 크림 병합은 러시아에게 예정된 수순이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당중앙위 제1서기 출신인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남쪽 바다 흑해를 장악한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북쪽 바다 발트해가 된다.

유럽의 핵확산은 먼저 스웨덴에서 시작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 수백년간 북유럽국가들과 발트해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여왔다. 그래서 북유럽의 군사맹주인 스웨덴은 냉전시대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여 1946년 이래로 핵무기 개발계획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의 핵무장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유럽내에서도 컸다. 그러다가 1970년 NPT가 발효되자, 스웨덴도 핵비확산의 이상에 동의하여 1972년 NPT에 서명하고 비핵국가의 길을 걸었다. 당시 1975년까지 핵무기 100발 보유 목표를 세우고 있던 스웨덴에는 러시아를 경계하여 지금도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미국과 NATO가 속수무책이었던 것을 보면서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언제라도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발트3국과 핀란드-스웨덴을 넘볼 수 있다. 그래서 북핵으로 핵확산의 봇물이 터진다면, 누구보다 먼저 스웨덴은 핵무장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독일-폴란드-벨라루스-러시아를 잇는 북유럽평원은 늘 전쟁의 통로였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군대가 이 길을 따라 모스크바를 공격했고, 제정러시아와 소련의 군대도 이 길을 따라 유럽으로 진출했다. 과거 루시계 우니아트교도들이 살던 폴란드 동부지역은 러시아의 영향하에 있었고 지금도 러시아계 인구가 많이 살고 있다. 러시아는 발트3국과 벨라루스, 그리고 적어도 폴란드 동부를 확보하려 할 것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독일의 군홧발도 두려워하는 폴란드로서는 핵무장을 최선의 옵션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터키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 느끼고 있다. 남쪽에는 시리아-이라크-이란이 있어 러시아에 의해 남북으로 포위될 수 있다. 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터키도 핵무장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더구나 쿠르드반군이 그 길을 간다면 틀림없다.

북핵 인정이 몰고 올 파장은 엄청나다. 전후 세계안보질서의 붕괴이다. 핵확산의 기회를 노려 북핵 인정을 원하는 국가와 조직도 있겠지만, 기존 핵보유국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핵문제에서 자충수를 둘 것이라 믿기 어렵다. 더구나 핵확산의 봇물이 터지면 생화학무기로 이어지고, 세계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든다. 그래서 북한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북핵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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