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재미있는 비만이야기
건강칼럼-재미있는 비만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3 15:4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희/삼천포제일병원 진료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
박동희/삼천포제일병원 진료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재미있는 비만이야기

요사이 체중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삭센다’라는 비만주사를 처방받으러 한번씩 내과 외래를 찾아오곤 한다. 이 주사제는 원래 당뇨환자들에게 혈당을 낮출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커서 지금은 오히려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한때는 제고가 없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상하부-코 뒤편으로 뇌중심 쪽에 위치한 아몬드 정도 크기의 뇌부분-는 허기와 포만감을 조절하는 지휘 본부 역할을 한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시상하부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해석해 음식이 더 필요한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어떨 때는 더 먹도록 권장하고, 어떨 때는 그만 먹도록 지시를 내린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시상하부가 알려주고, 배가 부르다는 것은 장에서 보내는 피드백이 알려준다. 즉 장에서 보내는 이 물질이 바로 삭센다 성분인 것이다. 결국 이 물질은 사람에게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음식 섭취를 적게 만들어 준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식량은 더 이상 부족한 자원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넘쳐나는 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방과 설탕으로 가득 채운 맛있는 음식들의 유혹을 우리는 쉽게 물리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느끼는 포만감은 많은 부분 우리가 먹은 음식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의 음식은 구석기 시대에 먹던 음식보다 열량 밀도가 훨씬 높고 영양이 많이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배가 부르기까지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현대인들 중 많은 분들이 비만으로 고민하고 고통받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힘으로 살빼기가 힘든 이유는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유전자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상들이 반복되는 식량부족을 견디고 살아남도록 한 본성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비만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본성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결국 다이어트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니다.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사인 내 자신도 과체중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비만이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열량 밀도 등이 높은 음식을 자기 스스로가 조절하고,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식생활 습관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우리 모두 다이어트로 먹는 본능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