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관광산업의 덫, ‘베끼기 관광개발’
시론-관광산업의 덫, ‘베끼기 관광개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6 15: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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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문학박사·고성향토문화선양회 회장
자료를 찾을 일이 있어 며칠 전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를 뒤지다 깜짝 놀랐다. 지난 달 해외 출국 한국인 수가 224만여 명인데 비해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만여 명에 그친 것을 보고서다. “아니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가! 다른 달은 그렇지 않겠지.” 하고 통계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1월부터 3월까지 출입국자 차이는 오히려 훨씬 더 벌어져 있었다. 올 들어 4월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수는 540여만 명인데 비해 해외를 다녀온 한국인은 거의 2배에 가까운 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

하기야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가 사상최대인 14조 7000억원(137억 4000여만 달러)에 이르렀으니 올해라고 크게 달라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관광의 가장 큰 손이었던 중국 유커(遊客)가 지난해 사드(THAAD)갈등에 따른 중국정부의 한국관광 제한으로 크게 줄어든(48.3% 감소)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내방 관광객 수를 따져보면 우리나라 관광 퇴조 추세를 단순히 중국 탓으로 돌릴 일만은 아니다.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한일 관광의 역전 현상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아베 정부가 5년간 관광분야에 올인하면서 정부 조직 중 1개 국(局)에 불과하던 관광부서를 관광청으로 확대 승격시키며 ‘관광입국’을 지향해온 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총리실 산하에 있던 관광정책협의회를 규제완화 이유를 들어 없애버렸다. 일본의 ‘진심이 담긴 접대’의 상징어 ‘오모테나시(ぉもてなし) 운동’이 미친 여파와 이에 맞서 우리가 펼친 ‘K-Smile 캠페인’의 실질적 효과 격차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양국의 관광지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근본적 키워드는 ‘지방(地方)’이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관광중심지는 3대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권의 8개 도부현(都府縣, 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아이치, 오사카, 교토, 효고) 지역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의 관광 타깃은 이들 전통적 관광강세지역이 아니라 ‘지방의 진짜 관광 자원’ 개발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어디를 방문했느냐?”는 질문에 서울이 85%, 제주도가 18%, 경기지역이 13%였다(중복 답변 허용). 우리는 그만큼 지방의 문화나 역사, 또는 특유한 관광 자원 개발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국관광개발의 블루프린터 ‘제3차 관광개발기본계획(2012년∼2021년)’을 내놓는 사이 경상남도도 그동안 경남 관광 발전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안을 여러 차례 수립, 발표하였다. 2010년 ‘경남발전연구원’이 175쪽에 달하는 ‘경남 관광진흥 마스트플랜’ 이름으로 연구보고서를 출간했고, 지난해 2월에는 한국은행 경남본부에서 96쪽짜리의 ‘경남지역 관광산업 현황과 발전과제’라는 제목의 정책제안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 경남도내 18개 시군의 지역관광 현황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거리가 멀다. 2017∼2018년 한국관광 100선에 뽑힌 우포늪이나 해인사 등 경남도내 8개 대표관광지도 빼어난 자연환경이나 조상의 유산 덕택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돋보이는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담긴 곳을 든다면 통영 동피랑 벽화나 남해 독일마을의 관광프로그램 정도일까?

경남도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지역관광 활성화의 가장 심각한 딜렘마는 유사 · 모방 관광 프로그램의 난립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 고장 특유의 독창적 관광프로그램의 개발보다는 타 시도, 타 시군의 관광상품 베끼기에 급급한 수준이다. ‘케이블카’, ‘출렁다리’, ‘짚라인(Zipline)’, ‘레일바이크’ 등 그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늘려 있다.

경남도가 잡고 있는 ‘관광경남의 꿈’은 야심차 보인다. 2017년 764만명으로 전국 3위를 했던 경남방문관광객 수를 2022년에는 1000만 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올해 관광진흥 예산만도 국비 포함 520여억 원이나 잡아두었다. ‘테마가 살아 숨쉬고, 친환경 자연생태를 살린’ 지역별 특색을 살리는 관광자원 26개소를 집중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은 꿈과 현실의 벽은 너무나 두텁고 골은 깊기만 하다. ‘창의력이 살아 숨 쉬는 미래형 지방관광 개발의 모델 - 경남관광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아직은 허황된 ‘한여름 밤의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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